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한미 쇠고기 협상의 실무책임자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실시된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의원(291명)의 과반수인 149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나 찬성표가 가결정족수인 146표에 6표 부족한 140표에 그쳤다. 반대는 5표, 기권과 무효 각 2표였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은 쇠고기 협상의 주무장관을 정치적으로 문책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전체에 책임을 묻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은 한 달 여를 끌어온 쇠고기 정국의 화룡점정 격으로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업은 해임건의안은 이전 어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보다 명분을 갖추고 있었다. 의석 수에서도 야3당은 우위였다. 당초 해임건의에 동참키로 한 야3당의 의석 수는 민주당 136석, 선진당 9석, 민노당 6석 등 151석으로 재적(291석) 과반(146석)보다 5석이나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지어놓은 밥도 못 먹는 한심한 야당”“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보여준 사건”이란 혹평이 쏟아졌다. 해임건의안 부결로 쇠고기 정국에 공동 대응해 온 야권의 공조도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결 직후 야3당 사이엔 부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야3당의 공조 균열은 내달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에서 견제 세력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8대 국회는 한나라당의 과반(153석)으로 구조가 바뀐다.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등을 감안하면 여대(與大) 구도는 더 공고해질 것이다. 좋은 여건에서도 제 역할을 못한 야권이 덩치가 커진 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전망이 많다.
물론 해임건의안 부결이 여권에게 마냥 좋은 일만도 아니다. 이날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 표결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해임건의안 통과가 여권의 솔직한 속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통과를 빌려 정 장관을 문책함으로써 쇠고기 정국의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을 희생양 삼아 쇠고기 정국을 매듭지을 기회를 놓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17대 국회 임기 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처리를 위해 26일부터 17대 국회 임기종료일인 29일까지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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