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가항공사들의 도약이 무섭다. 취항 2~3년 된 선발 업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좋은 국제선에 속속 진출하며, 후발 주자들은 국제선 ‘데뷔전’인 국내선 운항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7월부터 국제선에 취항하는 제주항공은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양분된 국제선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가항공사로는 국제선에 첫 진출하는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은 7월 11일 제주~히로시마 노선을 시작으로 국제선을 띄운다. 전세기 형태로 운영되는 이 노선 요금은 기존 항공사들의 80% 수준. 같은 달 18일에는 인천~기타큐슈 노선에 취항하고, 이어 중국 등 동남아 노선도 개척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이 근거리 국제선에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선에 비해 비행거리는 크게 늘지 않으면서 요금은 2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선은 고유가에 따른 유류할증료가 적용돼 국내선에 비해 수익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관광 수요가 많은 근거리 노선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론 2010년부터 시작될 한ㆍ중ㆍ일 오픈스카이에 대비해 노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스카이란 항공사들이 원하는 노선을 정부 허가 없이 마음대로 운항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항공시장의 완전개방을 뜻한다. 그간 각 나라들은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해 운항편수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규제해 왔다.
2005년 8월 국내 1호 저가항공사로 출범한 한성항공도 국제선 운항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으나, 하반기 취항을 목표로 승무원 채용과 비행기 구매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당초 국제선 취항요건으로 내세웠던 ‘국내선 2년 및 2만회 이상 무사고’ 조건이 규제완화 차원에서 사실상 없어진 상태라 국제선 취항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저가항공시장 진출을 꺼렸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이들 저가항공사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자회사를 통한 견제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설립한 저가항공사 에어코리아(대한항공 자회사)는 올해 7월 국내선 취항을 목표로 인력채용 등 준비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이달 13일 국토부에 면허를 신청한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계열)은 10월 말 부산~김포와 부산~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저가항공시장에 뛰어든다.
자본력이 약한 신생 업체들도 일단 국내선 경험을 쌓은 뒤 국제선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말 면허를 신청한 코스타항공은 항공사 운영 및 추가 항공기 도입을 위한 증자 작업을 추진 중이며, 9월 중 국내선을 띄울 예정이다.
한때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남에어는 하반기 취항이 가능할 전망이며, 이달 말 면허를 신청하는 이스타항공도 11월 초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코스타항공 이덕형 부사장은 “결국 승부는 국제선 노선을 누가 빨리 잡느냐에 달려있다”며 “하반기부터 저가항공사들의 국내ㆍ외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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