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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指의 魂, 히말라야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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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指의 魂, 히말라야에 새긴다

입력
2008.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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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 반드시 직지(直指)의 혼과 이름을 새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충북 산악인들이 아무도 밟지 못한 히말라야 무명봉에 올라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ㆍ약칭 직지)의 이름을 붙이는 도전에 나선다. 직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충북산악구조대원 등 16명으로 꾸린 ‘직지원정대(대장 박연수 충북산악구조대장)’는 30일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로 떠날 계획이다.

원정대가 오를 산은 파키스탄 카라코람 차라쿠사 산군에 위치한 해발 6,235m의 이름없는 봉우리다. 최근 산악계에 알려져 세계 5,6개 산악팀이 도전에 나섰으나 모두 등정에 실패한 전인미답의 고봉이다. 깎아지른 설벽과 불안정한 빙탑, 날카로운 능선이 이어져 8,000m급 못지않게 험준한 산이다.

원정대의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원정대는 지난해 7월 첫 등정에 나섰으나 이상 고온으로 눈이 녹아 산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정상 150m를 남겨 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당시 원정대는 베이스 캠프에 직지 상징물을 새긴 동판을 세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원정대는 작년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등반 시기를 한달 반 가량 앞당겼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겨울부터 설악산 조령산 대둔산 등의 빙벽, 암벽을 찾아 맹훈련을 해왔다. 원정대는 다음달 6일께 베이스 캠프를 마련한 뒤 17일을 전후해 1차 정상 공격에 나설 생각이다.

민준영 등반대장은 “정상 공격조를 2개로 나누어 1차 공격이 실패하면 다음 조가 곧 바로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라며 “실전 같은 훈련을 수없이 했기 때문에 꼭 정상에 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등정에 성공하면 이 봉우리를 ‘직지봉’이라 명명해 파키스탄 정부와 세계 산악계에 보고할 계획이다. 그러면 직지봉은 파키스탄 지도에 공식 표기가 되고, 정상까지 오른 길은 ‘직지루트’라는 이름이 붙어 산악계에 통보된다. 이를 위해 파키스탄 정부, 파키스탄 산악협회 등과 협의를 마쳤다.

원정대는 하산 길에 직지 사절단 활동도 벌인다. 2005년 지진 피해를 입었던 파키스탄 스카르두, 후세, 사이초 등 오지 마을 학교를 찾아 의약품과 학용품, 의류 등을 전달하고 의료봉사와 함께 직지 홍보도 할 계획이다.

박연수 원정대장은 “아무도 오르지 못한 산을 정복하는 모험 정신이 직지를 만든 우리 조상의 창조 정신과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해 어려운 도전을 결심했다”며 “반드시 정상에 올라 조상의 직지 혼을 설산에 심고 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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