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불이 붙었다. 1,900을 향해 달리던 우리 증시(코스피)도 유가 암초에 걸려 연일 하락세(23일까지 닷새째)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은 투기 요인보다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아, 앞으로도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기름 범벅이 된 증시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경제에서 쏠림 현상은 늘 대체효과를 낳는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르내릴 때, 그 대체재의 수요가 늘거나 줄어 수급 균형을 맞추기 마련이다. 기름값이 장기적으로 오른다면, 역으로 대체에너지 시장이 성장한다는 뜻이다. 유가 상승 시점마다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나스닥 등이 만든 대체에너지지수는 유가가 상승흐름을 이어갈 때 나스닥(기술주 중심) 및 S&P500(대형주 위주)지수와 반대로 움직였다. 즉, 대체에너지지수는 유가 상승을 따라 올라간 반면, 나스닥 및 S&P500지수는 떨어지는 형태였다.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고유가의 수혜를 누렸음을 의미한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 대체에너지 시장 규모도 해마다 늘어날 전망(그래픽 참조)이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전체 지수는 일주일 내내(19~23일) 밀렸지만,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은 유독 강세였다. 풍력발전의 핵심부품을 만들고 있는 자유단조업체 평산은 엿새째 상승을 이어가며 15% 이상 올랐다. 역시 풍력 관련주인 동국산업(19.13%)과 유니슨(11.35%)도 급등 행진에 동참했다.
태양광 관련주도 빛났다. 이건창호는 20일 태양광발전소 준공 소식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한 주 동안 20% 이상 급등했다. KCC와 주성엔지니어링도 상승세다. 원자력 관련주로 분류되는 두산중공업은 원자력발전의 핵심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체에너지 관련주의 강세는 추세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풍력 태양광 원자력 관련 종목은 대체에너지 부문이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 다른 대체에너지보다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대체에너지 중 최근 눈에 띄는 건 풍력이다. 미국의 차기 정부를 노리는 유력 대권 주자 오바마와 맥케인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할 뜻을 밝히면서 국내 풍력 단조부품업체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평산 태웅 현진소재 등 관련 업체의 실적도 탄탄하다.
태양광의 성장세도 주목할만하다. 이희철 CJ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관련 시장은 2015년께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구나 현재와 같은 고유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당초 예상보다 성장률이 더 가파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제철화학 KCC 소디프신소재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주목 대상이다. 이밖에 원자력발전 사업 분야의 두산중공업과 케이아이씨도 눈여겨볼만하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체에너지 사업의 가시성, 즉 연구개발 역량 및 기술력 등이 매출 및 영업이익으로 실현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고, 곽중보 연구원은 “개별 기업별로 펀더멘털 측면을 고려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