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등단 10년을 맞는 소설가 김종광(37)씨가 네 번째 장편 <첫경험> (열림원 발행)을 펴냈다. 1971년생, 90학번인 김씨는 장편 <71년생 다인이>(2002), <야살쟁이록> (2004)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자기 세대의 체험을 소재로 구성진 이야기를 풀어낸 바 있다. 이번 책도 그렇다. 야살쟁이록> 첫경험>
지방 문학과 학생 ‘곰탱’을 주인공으로, 그가 1990~97년 대학에 적을 두면서 겪은 경험담을 그렸다. 주인공의 신상은 여러모로 작가 자신의 그것과 겹치는데, 김씨는 이 소설이 다분히 자전적인 것임을 고백한 적이 있다.
곰탱의 대학 생활을 틀짓는 조건이 몇몇 있다. 그가 입학할 무렵, 87년 직선제 개헌, 90년대 초 사회주의 붕괴 등을 계기로 입지가 줄어들던 학생운동은 세력 회복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 중이다.
아버지는 유학 떠나는 아들에게 “데모는 절대로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곰탱은 입학 열흘도 안돼 자연스레 시위 광장에 선다. 그는 상당수 동년배들처럼 지방에서 농사 짓는 (가난한 )부모를 두고 있고, 글쓰는 일로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무조건 많이 보고 겪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풋내기 운동권 새내기에서, 모교 근처에서 학생 시위를 막는 전경 복무를 거쳐 “박쥐처럼 파벌에 구애받지 않고 빈대를 붙는” 복학생으로 대학생 시절을 구가하는 곰탱은 어수룩한 듯 의뭉스러운 듯 개성 있는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동세대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난 인물은 아니다.
끈덕지지 못한 탓에 공사장 잡역부, 당구장 종업원, 술집 서빙, 학원 강사, ‘야설’ 작가 등을 전전하며 그가 펼치는 ‘아르바이트 오디세이’는, 작가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실감나는 묘사와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로 무장해 큰 재미를 준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부모의 지원을 마냥 바랄 수 없어 학업 짬짬이 돈벌이에 나서는 대학생들이야 오죽 많은가.
하여 이 “슬랩스틱에 가까운 삶의 소극”(평론가 이명원)에 포복절도하면서도 작가가 견지한 현실에 대한 ‘균형감각’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다.
적지 않은 이들이 91년 ‘강경대 사건’과 뒤이은 분신정국으로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지닌 생의 감각을 예단하곤 하지만, 그런 시각에서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같은 작품을 그 세대의 ‘진짜’ 문학적 보고서로 여기곤 하지만, 사실 곰탱의 말마따나 “데모 한 번 안 한, 화염병 만드는 방법도 모르는 대학생들이, 훨씬 더 많은” 것 또한 사실 아닌가. 네가>
그러므로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거침없이 웃기며, 진기한 체험들로 빼곡한 이 소설은 매우 당연한 내용임에도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서 당연한 듯 소외 받아왔던 여느 70년대생들의 생태를 문학적으로 복권시키고 있다.
작가는 어쩌면 어두운 등잔 밑에 놓여 있던, 무궁한 문학적 소재가 담긴 화수분 뚜껑을 열어젖힌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농익어가는 입담과 해학을 확인하는 일로도 반가운 이번 소설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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