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소수계층이자 인종차별의 대상인 흑인이 인종의 벽을 넘어 미 대통령에 당선될 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오바마_매케인 경쟁은 가히 세기의 대결이라고 부를 만하다.
흑인 노예의 역사를 가졌던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등장하면 미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은 분명하다. 오바마 의원은 “미국은 지금 새로운 세대에게 시대적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 뉴 챕터(New Chapter)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 및 전문가들은 “오바마 의원의 대선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오바마 현상은 이미 미국의 실질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후보인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 의원이 주장하는 변화는 내용 없이 공허한 것이고 그의 섣부른 변화 실험에 미국을 내맡길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자신이 공화당 내에서는 ‘독불장군’ ‘이단아’로 통할 정도로 기득권 유지와 현상 고착에 거부감을 보여 왔으나 오바마 의원과의 대결에서는 아무래도 변화나 진보 보다는 안정과 보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오바마_매케인 대결은 인종 측면 뿐 아니라 20여년을 뛰어넘는 세대별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올해 72세인 매케인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역대 최고령 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울 워싱턴 정가의 ‘노정객’인데 반해 47세의 오바마 의원은 변화의 바람으로 워싱턴의 기득권 정치를 휩쓸어 버리겠다는 ‘40대 기수’이다. 두 후보가 미국을 이끌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누가 최종 승자로 선택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미래와 실체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 확실시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오바마 의원은 이라크에서의 즉각적인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베트남 전쟁 영웅 출신인 매케인 의원은 승리할 때까지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이란 등 ‘불량국가’와의 조건 없는 대화를 앞세우는 오바마 의원의 외교정책과 이를 ‘철없는 짓’으로 몰아가는 매케인 의원의 공격도 주요 전선을 형성한다.
오바마 의원은 보호무역주의 기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반대하고 있고 매케인 의원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한미 FTA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2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FTA를 ‘아주 결함 있는(badly flawed) 협정’이라고 규정하고 재협상 없이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비해 매케인 의원은 19일 한국을 ‘심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우방이라며 한미 FTA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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