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요구하며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촛불집회가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는 격렬한 시위로 변질되고 있다.
촛불집회가 시위양상으로 변하면서 요구사항과 구호도 쇠고기 수입 반대에 그치지 않고 공기업 구조개혁 반대, 교육 경쟁지상주의 비판, 물가급등에 따른 서민생활 어려움 등 정치경제적 이슈까지 제기하고 있어 점차 정치성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격해지는 시위가 노동계의 춘투와 맞물릴 경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어 정부와 정치권이 조속히 사태진정과 민심수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한 때는 24일 밤. 일부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경찰 저지선을 뚫고 차로로 쏟아져 나갔고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충돌과 대치가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이런 양상은 25일 내내 이어졌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는 26일 새벽까지 이어져 광화문과 서울시청,남대문,서울역,독립문, 신촌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경찰은 전날 새벽 37명에 이어 또다시 신촌 일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20여명을 26일 새벽 연행했으며, 이 과정에 충돌이 빚어져 시위대 여러 명이 다치기도 했다.
당초 24일 집회도 처음에는 별 탈이 없었다.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가한 집회는 오후 9시까지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행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해산할 무렵, 무대 뒤쪽 일부 젊은 이들이 "청와대로 가자"고 외쳤고 분위기는 일순 고조돼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1가를 거쳐 교보문고까지 진출했다. 경찰은 30개 중대 2,400여명을 투입, 세종로 일대를 막았고 이에 대부분 시민은 귀가했으나 20,30대 젊은 층 500여명은 자정이 넘어서도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25일 새벽 1시30분께 철수했다가 오전 4시15분께 2,400여명을 다시 투입해 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가 있는 37명을 연행했다. 이날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갖고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는 엄정하게 다스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25일 저녁의 촛불집회는 더 거칠어졌다. 경찰이 살수차를 쏘며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 이를 보고 흥분한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 들었다. 경찰은 "인터넷 동영상은 지난해 3월 다른 시위 현장을 찍은 영상"이라고 해명했으나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저녁 집회 참가자 2,500여명 중 1,500여명은 청계광장에 남고 1,000여 명은 오후 6시부터 26일 새벽까지 광화문과 서울역, 명동 일대에서 시위를 벌였다. 도로를 불법 점거한 채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고시 철회, 협상 무효" "연행자 석방" 등을 외쳤으며 일부 "이명박 퇴진" "정권 타도" 등의 구호도 나왔다. 경찰은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기 위해 광화문에 접근할 때에만 강하게 막고 해산시켰을 뿐, 청계광장~서울역~명동 일대의 시위는 막지 않았다.
최문선 기자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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