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이 40여년 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통합군 휘하로 복귀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와 NATO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결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NATO 통합군에서 프랑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NATO 창설 멤버이지만 1966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이 미국의 NATO 주도에 반발, 통합군 사령부에서 탈퇴했으며 지금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에서 NATO 통합군 사령부와 거리를 두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드골주의(프랑스 민족주의) 계승자를 자처해온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진해서 NATO 통합군 복귀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경제개혁을 이유로 들었다. 신문은 “프랑스는 그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방대한 군사력을 유지하느라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지출해왔다”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군을 NATO 통합군에 통합시켜 독자 군사 활동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군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군은 핵무기, 최신예 라팔 전투기 등 막강 군사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비효율 등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안보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06년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방비 지출액은 531억달러(약 53조 1,000억원)로 미국 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이 같은 막대한 군사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은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등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려왔다.
프랑스군의 무기가 미국 및 NATO 동맹국의 무기 체계와 연동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2000년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규군 25만 9,000명은 유럽 최대 규모이다.
프랑스군이 NATO 통합군에 복귀하면 군사 정보 교류 등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군이 미국 주도의 NATO 통합군에 복귀하면 미국 입장이 공고해질 것”이라며 “사르코지 대통령이 반대 급부로 유럽연합(EU) 안보에 더 많이 지원하고 경제교류도 확대할 것을 미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파병 병력을 줄이고 아프리카 주둔 프랑스 기지를 축소하는 등 추가 군비 축소에 나설 것”이라며 “40여년간 이어진 프랑스의 나홀로(go-it-alone) 군사 전략이 막을 내리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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