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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엇갈린 '가로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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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엇갈린 '가로수 행정'

입력
2008.05.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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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같은 느티나무를 심으려고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를 베어 냅니까?”

도로변 가게의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빗발 친다는 이유로 서울의 한 자치구가 수 십년 된 가로수를 마구잡이로 베어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는 가로수 수종 갱신 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서울세관 사거리와 지하철 2호선 강남구청역 사이의 플라타너스 153주를 베고, 그 자리에 수령 5년 남짓한 느티나무 146주를 심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상가 간판을 가리는 것 뿐만 아니라 봄철엔 흩날리는 솜털 모양의 씨앗 때문에 비염과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민원이 쏟아진다”며 교체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충작업 중에 약품이 고급 외제차에 날리기라도 하면 구청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난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잘려나간 플라타너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논현2동 주민 김모(48)씨는 “상가들이야 간판이 훤하게 드러나니 환영하겠지만, 한여름에 그늘을 주던 플라타너스를 잃고 나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또 “이런 일을 하면서도 구청은 사전에 지역주민과 협의 한번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고모(76)씨도 “플라타너스가 삭막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운치가 있었다”며 “싹둑 베어내는 방법 외에 달리 수가 없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플라타너스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데다 대기 오염에도 강해 가로수로 인기를 끄는 나무였다. 실제 1그루가 제공하는 녹음은 하루 15평 에어컨 8대가 5시간씩 토해내는 찬 바람과 맞먹고, 하루 8시간씩 광합성 작용을 했을 때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5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 전체 수목의 53%가 플라타너스인데, 일본 도쿄도 같은 문제로 56%이던 플라타너스의 비율을 7%로 낮췄다”며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있는 가로수지만 그 비율이 50% 이상인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구는 앞으로 플라타너스를 더 베어낼 방침이다.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해온 서초구는 다른 방식으로 가로수를 정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초구는 올 초부터 4월 초까지 반포로, 방배로, 사평로 등 주요 도로변의 플라타너스를 우산 모양으로 다듬었다. 서초구가 국내외 조경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연 워크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이다. 서초구는 가로수 전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업팀도 별도로 꾸려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30년 이상 된 가로수를 보존하고 시야도 확보하면서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수가 도시 인프라의 한 축인 만큼 정비 전에 도시공원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권하고 있지만 관리 권한이 현재 자치구에 위임돼 있어 실질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관리 권한을 시가 되찾아오는 내용을 포함, 가로수 관리에 따르는 관련 조례를 전면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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