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개헌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주로 여당이 총대를 메고 야권 일각에서 동조음이 나오는 형국이다.
22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홍준표 의원이 8일 부산대 법대 초청특강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의원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대통령 중임제든 통일을 준비하는 개헌이 18대 국회의 첫째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 20여명이 최근 ‘일류국가 헌법연구회’라는 국회 연구단체를 출범시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이 연구회 주최로 19일 열린 개헌토론회에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까지 나서 개헌론을 거들었다.
찬성론자들은 정권 초에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게 개헌론의 정략적 활용 시비를 차단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지난 20년 간 5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더 이상 개헌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토론회에서도 “5년 단임제는 취임과 동시에 레임덕이 시작되고, 차기주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국정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한나라당 조해진 당선자) 등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9번의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학습효과’로 인해 개헌 얘기만 나오면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과 막연한 거부감이 고개를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여권에서 먼저 개헌론이 거론되자 벌써 “지지율이 추락한 이명박 정부의 국면전환 카드”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내각제는 박근혜와 같은 대중성과 인지도가 없는 당내 재선 이상 의원들에게 매력적”이라며 “최근 나오는 개헌론은 쇠고기 파문 정국의 반전을 꾀하는 여권의 의중에 대통령제 개선을 노리는 정치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힘이 실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은 개헌 논의의 양상이 사뭇 다르다. 우선 국회 주도로 비교적 차분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가 국면돌파용으로 개헌 문제의 쟁점화를 시도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여야가 지난해 4년 중임제로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재추진한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만큼 정치권이 막연한 이유를 들어 개헌 논의를 외면할 수 없는 환경도 조성돼 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보수진영이 200석 가까이 얻은 만큼 한나라당이 개헌 논의를 본격 추진하고 민주당도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 어느 때보다 개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연 18대 국회에선 얽히고설킨 개헌론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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