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3차 오일쇼크’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수준으로만 보면 이미 1차 쇼크 때를 넘어섰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덜한 상황”이라며 “진짜 위기 여부는 앞으로의 유가 움직임에 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가는 이미 오일쇼크 수준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올 평균 가격(5월21일 현재 배럴당 97.56달러)은 이미 1차 오일쇼크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수십년간의 물가상승률과 세계 경제의 석유의존도 등을 감안해 계산한 두바이유의 실질실효유가에 따르면 올 평균 유가가 84.97달러일 경우, 1차 오일쇼크(1974년) 수준이 되고 151.65달러가 돼야 2차(1980년) 때와 맞먹는다. 올 평균 가격은 물론, 2분기 평균(108.41달러), 5월 평균(116.68달러) 모두 1차 당시 수준은 훌쩍 넘어선 상태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수석연구위원은 “가격 수준만 보면 현 상황도 오일쇼크라고 이름붙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충격은 달라
하지만 1,2차 때와 지금은 다른 점이 많다.
먼저 경제지표. 74년(1.3%)과 80년(1.8%) 세계경제 성장률은 각각 전년도보다 5분의1,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각각 11.0%, 13.5% 급등하며 체감충격을 높였다. 대외 의존도가 높던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은 훨씬 컸다. 세계 최고수준이던 성장률이 74년(7.2%)에는 전년의 절반, 80년(-1.5%)에는 마이너스로 추락했고 소비자물가는 20% 이상 폭등했다. 경기둔화로 다소 악화하긴 했지만 지난해 대비 3% 전후로 예상되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과 미국의 물가상승률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체감 충격도 훨씬 약한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고유가라지만)당장 거리의 교통량에 큰 변화가 없지 않느냐”며 “경제 전반에 유가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과거 쇼크 당시의 충격이 가시화되려면 적어도 유가가 2차 쇼크 수준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쇼크 때와 지금은 원인과 결과에서도 차이가 많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던 반면, 지금은 3,4년간 꾸준히 올랐고 주로 공급 축소의 영향이었던 급등 원인도 지금은 수요증가와 선물거래 등 복합적이라는 것. 과거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세계 경제의 석유의존도도 충격을 줄이는 요인이다.
■ 안갯속 전망
문제는 앞으로의 유가 수준이다. 2차 쇼크 수준에 근접할수록 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연구소 이 연구원은 “골드만삭스의 예상처럼 200달러를 넘는다면 우리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연구소 오 연구위원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이라며 “2차 쇼크 때와 같은 공급난이 재연될 경우, 국제유가 10% 상승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1.0%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2%포인트 상승하는 등 거시경제에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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