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명인’은 내 차지다. 지난 20일 벌어진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리그 제15국에서 지난해 우승자 이세돌이 원성진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3승째를 기록했다.
대국 전까지 두 선수 모두 2승으로 상위권 도약을 위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한 판이었던 이 날 경기는 공격과 타개가 서로 뒤얽히면서 복잡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결국 이세돌이 치밀한 수읽기로 원성진의 대마를 꼼짝 못하게 묶어 버려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로써 본선 리그 총 45국 가운데 3분의 1인 15국이 치러진 현재 전기 ‘명인’ 이세돌과 ‘준명인’ 조한승이 나란히 3승으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세돌은 그 동안 목진석, 강동윤, 원성진을 물리쳤고 조한승은 강동윤, 최명훈, 이창호를 3연승의 제물로 삼았다.
특히 이세돌은 제13국에서 강동윤에게 종반 무렵까지 불리했던 바둑을 마지막 끝내기 단계에서 극적으로 뒤집어 행운의 역전 반집승을 거둔 게 컸다.
한편 조한승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본선 리그에서 난적 이창호를 물리쳐 결승 진출 전망을 밝게 했다. 이창호는 올들어 줄곧 다승 및 승률 부문 1위를 달리는 등 컨디션이 확실히 되살아 나고 있지만 리그 초반에 조한승에게 또 일격을 당해 명인전에서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 밖에 원성진과 박정상이 이창호와 함께 2승1패로 선두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강동윤 최원용이 1승2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최명훈(1승3패), 조훈현(2패), 목진석(3패) 등 ‘노장’들은 모두 하위권으로 밀렸다. 특히 전기 대회 3위를 기록했던 목진석이 3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눈길을 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속단은 금물이다. 명인전 본선은 10명 풀리그로 진행되는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초반에 조금 부진하더라도 후반에 힘을 내면 충분히 결승 진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해 준우승자인 조한승은 본선 리그에서 6승3패를 기록하고도 목진석과의 재대결에서 이겨 결승에 올랐다. 따라서 현재 2패 또는 3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까지도 아직 역전의 희망이 남아 있는 셈이다.
우승 상금 1억원인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대국은 매주 화요일 낮12시에 시작하며 사이버오로와 바둑TV(오후 1시부터)에서 생중계한다. 각자 생각 시간 2시간에 6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본선 리그 1, 2위가 결승 3번기를 벌여 우승자를 가린다.
박영철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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