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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BATNA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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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BATNA를 아십니까?

입력
2008.05.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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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씨는 식당 측 실수로 손을 데어 합의금 협상을 앞두고 있다. 결렬되면 소송을 하기로 했다. 변호사에게 예상 판결액을 물었더니 60만원이라고 했다. 이 60만원처럼 협상이 결렬됐을 때 기대되는 상황을 홍씨의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한다.

협상 결렬 후의 갈등상황 알아야

그러나 홍씨의 목표는 100만원이다. 식당 주인이 80만원을 최후 통첩으로 제시하면 받아야 할까? 소송을 하면 60만원을 받게 되므로 당연히 80만원을 받아야 한다. 예상 판결액, 즉 자신의 BATNA를 몰랐다면 식당의 제안이 목표액보다 적으므로 합의를 거부하고 소송까지 가 60만원밖에 못 받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합의 여부를 판단할 때는 목표액이 아니라 협상결렬 후 펼쳐질 상황(BATNA)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러한 합의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소송의 봇물을 이루고 있다. 1987년에 처음 발표된 새만금 사업은 2006년 3월에야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로 추진이 확정되었다. 천성산 터널은 2002년 착공 후 지율 스님의 단식, 도룡뇽 소송 등을 거쳐 2006년 6월에야 대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 받았다.

한탄강댐 건설도 2002년에 기본설계를 확정한 후 반발에 표류하다 2006년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임진강 홍수대책특위에서 최종 결정되었으나 여전히 다음 달로 예상되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언제 확정 판결을 받을지 모른다. 쇠고기 협상도 사회갈등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해 천성산 터널만 해도 공사 지연으로 하루 70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였다. 왜 이런 높은 사회적 합의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의 갈등관리 능력 부족, 낮은 사회적 자본,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 합의문화의 부재, 합의 형성을 위한 제도적 미비, 정치권의 역할 미흡, 조정자의 부재, 소통능력 부재 등 수많은 이유가 있다.

어느 하나 쉽게 개선될 사안이 아니다. 다행히 정부는 갈등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최근에는 국무총리실에 사회위험·갈등관리실까지 설치하였다. 더디게나마 정부도 변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이해당사자가 변화를 시작할 차례다.

이해당사자들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협상이 결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즉 BATNA를 모르고 협상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 반대를 하는 단체일수록 목표만 알고 있을 뿐, BATNA는 모른다. 협상에서 제시된 안이 협상 결렬보다 나은데도 목표 달성만 추구하다 협상을 결렬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겪는 행정소송의 봇물은 BATNA를 주지시키는 데 필요한 학습과정이다. 그 수업료를 줄이려면 BATNA를 모르는 갈등 당사자에게는 국민여론이 이를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이제 이해당사자들도 변할 시기

둘째, BATNA가 너무 좋아 아무 부담 없이 협상을 결렬시키는 경우가 많다. 일부 단체는 무조건 투쟁하여 협상을 결렬시키면 오히려 조직의 선명성과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 경우 국민여론이 이들의 BATNA를 낮추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무책임한 반대를 일삼는 단체에는 따가운 질책이 쏟아져야 한다. 사회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극한투쟁과 협상 결렬이 불리하다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여론이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사회갈등의 당사자께 묻습니다. 선생님의 BATNA는 무엇입니까?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ㆍ 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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