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흑인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0일 치러진 오리건ㆍ켄터키주 예비선거를 계기로 전체 선언대의원 중 과반수를 확보, 명실상부한 민주당 대선후보로떠올랐다. 이로써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 의원은 11월 대선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흑백 대결이라는 역사적 일전을 치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오바마 의원은 오리건주 예비선거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10% 이상 차이로 제치고 낙승했다. 그러나 켄터키주에서는 30%대 65%로 대패했다. 오바마 의원은 오리건주 승리로 선언대의원 확보에서 전체 과반수인 1,627명을 무난히 넘어섰다. 힐러리 의원은 선언대의원에서 과반을 내줬을 뿐 아니라 슈퍼대의원 지지 확보에서도 오바마 의원에게 추월당해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국민의 관심은 오리건ㆍ켄터키 예비선거의 결과보다 오바마 의원이 과연 경선 승리를 선언할지 여부에 쏠렸다. 선언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한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경선의 첫 관문으로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졌던 아이오와에서 경선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언론들의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의원은 첫 승리를 거둠으로써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되기까지 대장정의 디딤돌이 됐던 아이오와에서 행한 연설에서 경선 승리 선언을 일단 유보했다. 오바마 의원은 대신 “우리는 미국인이 뽑은 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아이오와에 돌아왔다”면서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은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지척에 와 있다”는 말로 최종 승리가 굳어졌음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의원은 나아가 경선 완주를 고집하는 힐러리의원에 대해 “그는 우리의 딸들이 자라날 미국을 변화시켰고 장벽을 허물었다”며 “우리는 그에게 감사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의도가 당내 경선을 넘어서 본선 승리를 위한 당 단합 모색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오바마 의원이 경선 승리 선언을 접고 오히려 힐러리 의원을 추켜세운 데 대해 “힐러리 의원에게 무례하게 비치는 것을 피하고 힐러리 의원 지지자들이 더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의원이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선 후유증 치유와 당 단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위한 포석을 시작한 것이다.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지위를 굳힘에 따라 공화당 매케인 의원과의 공방은 더욱 격렬해지게 됐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의원이 아이오와를 방문한 데에는 경선 승리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본선 격전지를 찾아 표밭을 다진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바마 의원은 21일부터 사흘간 플로리다를 방문하는 데 이어 내달부터 이미 당내 경선이 치러진 미시간, 미주리,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주를 두루 돌며 본격적인 본선 득표활동을 시작한다. 오바마 의원은 외교정책에 있어서 경솔하다는 매케인 의원측의 집중 공격에 맞서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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