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블루오션 '서드에이지'(Third Age)를 잡아라.
국내 패션업계에 '서드에이지' 시장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 베이직하우스 RKFN 비비안 등 주요 의류업체들이 일명 ‘서드에이지’로 불리는 중ㆍ장년층 겨냥 의류브랜드를 잇따라 내놓거나 출시 준비 중이다. 서드에이지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눴을 때 배움의 단계인 1020시기, 일과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 정착하는 2030시기에 이어, 직장과 사회에서 중추로 군림하며 경제적 여유를 갖추고 자아 실현을 추구하는 인생의 3단계를 뜻한다. 나이로는 40~60대를 아우른다.
패션업계가 서드에이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연령층이면서 노년 세대에 비해 패션욕구가 강하고 향후 전체 인구 내 비중도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체 인구 중 40세 이상 인구비율은 43%이며, 2010년에는 4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산업시장 규모도 2002년 12조8,000억원에서 2010년 44조억원, 2020년 148조5,000억원 규모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은 내년 봄 40~50대를 겨냥한 고급 여성복 브랜드를 출시한다. 여성 캐릭터 브랜드 ‘구호’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정구호 상무가 출시 작업을 총괄 지휘하며 현재 8월 말 확정을 목표로 브랜드 네이밍 작업이 한창이다. 정 상무는 “신규 브랜드는 기존 마담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머추어 캐릭터(mature character)’ 라는 새 상품존을 창출해내는 방식으로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나 타임 등 캐릭터 브랜드를 입었던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수입제품으로 옮아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ㆍ장년층을 위한 고급 캐릭터 브랜드의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RKFN(대표 한정엽)은 패션 감각을 지닌 중ㆍ장년 남성을 겨냥한 신규 캐주얼 브랜드 ‘엘파파’를 8월 출시한다. 40~60대 서드에이지군을 직접 겨냥한 남성 캐주얼로는 국내 최초다. 브랜드 명은 히브리어로 ‘위대한’을 뜻하는 엘(EL)과 ‘아버지’를 의미하는 영어 파파(PAPA)를 합쳐 만들었다.
이 회사 정연묵 상무는 “아버지이자 사회적으로 명망을 쌓은 중후한 남성이면서 패션상품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감식안을 지닌 소비자를 겨냥한다”면서 “노모족, 통크족 등 40 이후의 삶을 주도적이고 활기차게 보내는 중ㆍ장년층이 늘고 있고, 이들은 옷이 아닌 패션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감춰지거나 무시됐던 중ㆍ장년 남성들의 패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직하우스(대표 우종완)는 국내 최초의 시니어캐주얼을 표방하며 올해 2월 중저가브랜드 ‘디아체’를 선보였다. 올해 지천명의 나이인 미스코리아 출신 서재화씨를 모델로 기용, 화제를 모았다. 현재 전국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26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저가 ‘여성크로커다일’을 내놓고 있는 형지어패럴도 곧 시니어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남영L&F는 지난달 시니어 전문 속옷브랜드 ‘노블랑쥬’를 내놓았다. 브랜드 세분화 작업을 통해 전 연령대를 커버했던 대표 브랜드 ‘비비안’을 20~30대 여성에게 집중하고 대신 50세 이상 시니어를 위한 브랜드를 출시한 것. 중ㆍ장년 여성의 경우 편안한 착용감과 몸매보정 효과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점을 감안, 흡습성이 좋은 면과 스판덱스 합성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무릎이 시린 여성들을 위해 20대 제품에선 찾아볼 수 없는 7부 길이 거들을 내놓는 등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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