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관련해 ‘4대강 정비사업을 먼저하고 나중에 물길을 잇자’는 발언은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
운하사업 자체는 반드시 추진하되 여론의 향방에 따라 사업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단계적 추진론‘이다. 이는 물론 ‘내년 착공, 임기 내 완공’이라는 당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지만 착공시기는 예정대로 하되 최종 완공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문제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와 여권에서는 4대강 정비에 대해 ‘낙동강과 영산강, 금강을 한강 수준으로 개선하고 옛 뱃길을 정비한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수질과 홍수대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 강을 한강과 같은 수준에 맞추겠다는 것이지만 뱃길 복원 문제는 사실상 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 단계로 인식되고 있어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저항을 예상할 수 밖에 없다. 선박 운행을 할 정도로 치수 사업을 할 경우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 등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해 환경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낙동강과 영산강의 경우 지자체들이 이미 추진해온 사업이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남도는 수질 오염이 심해 지난 2006년부터 ‘뱃길 복원사업’을 추진해왔고,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은 치수ㆍ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낙동강 운하 건설을 준비 중이다.
특히 정부입장에서는 한강 개발의 성공 모델을 나머지 3대 강에 적용해 수질개선과 동시에 선박운항을 가능케 한다면 반대여론이 수그러들고 결국 대운하사업에 대한 반감도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운하’라는 명칭을 ‘뱃길 살리기’ 등으로 바꿔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자본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 5대 건설사 컨소시엄의 경우 ‘내년 착공, 임기내 완공’이라는 틀에서 사업성 검토를 해왔다.
하지만 2단계 개발로 방향이 바뀌면서 사업성 자체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핵심사업(조령터널) 외에는 공사자체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또 최대 사업구간인 경부운하 사업이 차순위로 밀리면서 사업이 사실상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대운하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지만 계획자체가 여전히 불확실해 순수 민간자본으로만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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