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애호가들인 제리와 고든, 제브는 고급 커피점을 세워 미국 시애틀 시민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샌프란시스코 버클리에 있는 고급 아라비카(arabica) 커피점에서 원두를 우편으로 주문해 마시다가 “우리가 직접 커피점을 차리자”고 한 것. 가게 이름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 에 나오는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스를 쓰기로 했다. 스타벅스가 초기 커피무역상들의 항해 전통과 거친 바다의 로맨스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모비>
▦스타벅스는 1971년 4월 시애틀에서 아무런 팡파르도 울리지 않은 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예상 밖으로 고객들이 몰려오고, 입에서 입으로 평판이 전해지면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 한 개의 점포로 출발했지만 10년 만에 전세계에 2,00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한 세계 최고의 커피브랜드로 성장했다. 스타벅스 신화는 커피 품질의 고급화와 함께 ‘스타벅스 경험’이라 불리는 독특한 문화와 감성을 함께 팔면서 만들어졌다. 독특한 매장 분위기와 인테리어도 스타벅스의 성공에 한 몫 했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에스프레소는 향기가 뛰어난 고급종인 아라비카로 만든 것으로, 당시 미국인들이 블렌드나 인스턴트 커피로 즐겨 먹던 값싼 로부스타(robusta)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일상생활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로맨스 맛보기, 누구나 고급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사치, 고독한 군중을 위한 오아시스, 부담 없이 편한 사회적 교류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유사상표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편하게 ‘별다방’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스타벅스는 어느덧 고급 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 스타벅스가 국내에선 도마에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스타벅스 커피값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11개국 중 가장 비싸다. 1.6배나 차이가 난다. 자장면 한 그릇과 맞먹는 스타벅스의 커피값은 웬만한 월급쟁이들에겐 부담되는 수준이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된장녀’도 수입에 비해 사치와 허영에 물들어 스타벅스 매장을 즐겨 찾는 20, 30대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주머니사정을 생각하는 서민들이야 값싼 인스턴트 커피도 상관없다. 서울의 한 외국인 영어학원 강사는 얼마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자판기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는 세계 수준급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기자도 매일 두 잔 이상 인스턴트 커피를 즐겨 마신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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