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시간외 근무로 혹사하고도 ‘관리직’이라는 명목으로 시간외 수당을 일체 못 받아온 일본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점장들이 제기한 소송에 기업이 잇따라 두 손 들고 있다.
일본 맥도날드는 20일 직영점 점장 2,000명과 몇 개 점포를 통합 관리하는 지역영업관리직원 수백명에 대해 8월부터 시간외 노동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언론이 21일 보도했다.
맥도날드 점장들은 이름만 관리직이지 관리 권한이 별로 없는 데다 오히려 일반 직원보다 장시간 시간외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동기준법에 따라 ‘관리감독자’는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등 대형 체인점들은 이를 이용해 실제 일반 직원과 다르지 않은 점장에게 관리감독자라며 수당을 주지 않았다.
부당 대우를 참다 못한 점장들이 지난해부터 이런 기업을 노동감독기관에 고발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신사복 판매업체 ‘고나카’가 노동기준감독기관의 시정 지시를 받고 지난해 10월 점장을 관리감독 업무에서 제외시킨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올해 들어 편의점 세븐일레븐, 역시 신사복 판매업체 아오야마(靑山)상사, 아오키(AOKI) 홀딩스 등이 점장의 근무를 비관리직으로 전환했다. 맥도날드는 과거 시간외 근무 수당 미지급분을 요구하며 점장들이 낸 법원 소송에서 져 1월에 수당 지급 명령 판결을 받았다.
대형 체인점들이 점장의 처우를 현실에 맞게 바꾸고는 있지만 과거 ‘관리직’으로 있으면서 일했던 시간외 노동 수당까지 챙겨주는 것은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맥도날드는 이날 발표에서 “(과거로)거슬러 올라가 (수당을)지급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점장들에게 지급한다는 시간외 수당도 과거 점장 직무급을 없애 이 돈을 시간외 수당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어서 실제로 점장들의 전체 급여는 변화가 없다. 맥도날드는 게다가 시간외 근무를 되도록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혀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 신고 없이 시간외 근무를 하는 직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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