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요즘 통 영(令)이 서지 않는다. 졸업식 축사가 예정돼 있는 대학이 부시의 참석에 조직적으로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이라크 총리에게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사격 연습용으로 사용한 철없는 이라크 파병 미군 병사를 대신해 사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최근 순방을 마친 중동에서는 원유 증산 요청을 면전에서 거부당하는 등 임기 말 레임덕 서러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퍼먼 대학은 부시 대통령의 졸업식 연설에 반대하는 교수들과 이들의 반대시위를 막아달라는 보수파 학생들 간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부시 대통령은 31일 이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할 예정인데 일부 교직원이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하는 표시로 졸업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 달 초에도 교직원, 학생 등 200여명이 학교 웹사이트에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및 환경정책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보수파 학생들’이란 학생단체 회원 500여명은 침례교에 기반을 둔 학교 당국에 교직원들의 졸업식 불참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서한에서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의 학문적 성취를 축하해야 할 졸업식을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의 장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보수파 학생들을 이끌고 있는 경제학과 3학년 크리스토퍼 밀스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4년 간 가르쳐 온 학생들이나 직업정신 보다도 선전전에 더 열을 올리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경과학자인 주디 그리즐 교수는 “관점과 생각을 서로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실천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AP 통신은 파문이 확산되자 학교측이 교수와 교직원들에게 졸업식에 빠지지 말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런 공문을 보낸 것 자체가 부시 대통령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군 저격병이 코란을 사격 목표물로 사용한 것을 놓고 현지 무슬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부시 대통령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부시 대통령이 말리키 총리와의 화상통화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며, 잘못된 것’이라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부시 정부 고위 관리들이 한 사과 성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것이다.
페리노 대변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문제의 저격병을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리키 총리실의 성명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저격병은 9일 바그다드 인근 수니파 밀집지역에서 코란을 타깃으로 사격연습을 했고, 이틀 뒤 14발의 총탄 구멍과 함께 낙서가 쓰여진 코란이 이라크인에 의해 발견되면서 엄청난 반발이 일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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