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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안면경련, 禍키우는 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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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안면경련, 禍키우는 오진

입력
2008.05.2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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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은행에 근무하는 박모씨도 그런 경우다. 박씨는 6년 전 왼쪽 눈 주위에 경련이 빈번하게 생겼다.

눈 떨림의 횟수와 정도가 날이 갈수록 악화됐고, 심지어 얼굴 왼쪽 부분의 경련도 심해졌다. 박씨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근처 한의원이었다. ‘와사풍’이라는 진단을 받고 한약을 먹고 침을 맞으면 증상이 호전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박씨의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됐다.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박씨는 3차병원 신경외과를 방문한 뒤에야 비로소 ‘반측성 안면경련’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미세혈관감압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뇌수술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수술 결정을 하지 못했다. 박씨는 다시 용하다는 한의원을 몇곳을 전전하다 몇년의 세월을 보냈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다시 신경외과를 찾았을 때는 이미 눈꺼풀의 떨림 뿐만 아니라 심할 때는 입술 주변까지 떨릴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상태였다. 대인관계에 있어 심하게 자신감을 잃고 직장까지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우울증세를 보였다. 그는 결국 수술을 결심했다.

이같은 경우는 비단 박씨 뿐만이 아니다. 안면경련증을 앓는 많은 사람이 박씨와 비슷하게 잘못된 길을 가다 결국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신경외과를 찾아 수술을 하게 된다.

안면경련증은 뇌종양과 다른 뇌혈관질환에 비해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외의 방법으로 치료하려는 사람이 많다. 또한 예전부터 한방에서 ‘와사증’이라고 잘 알려진 ‘안면마비’와 혼동이 돼 일부 한의사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조차 안면마비와 안면경련증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례로 싱가포르에서 일반 의사를 대상으로 안면경련증 환자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진단명을 묻는 조사에서 정확한 진단을 한 의사는 30% 이하였다. 그러나 안면경련증은 환자의 정확한 병력 청취와 특징적인 증상만으로도 쉽게 진단하며 최종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안면신경근이 뇌혈관에 의해 직접 압박돼 눌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면경련은 얼굴 반쪽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얼굴 근육에 간헐적이고 돌발적으로 수축이 일어나는 운동기능항진 증상이다. 증상은 눈에서부터 경련이 시작돼 점차 심해지면 눈이 감김과 동시에 입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잠자는 도중에도 경련이 나타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낯선 사람과 만날 때 심해진다. 증상이 심하면 대인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와사증, 즉 안면마비는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을 말한다. 안면마비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편이다.

40, 50대 중년 환자가 대부분인 반측성 안면경련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3,000명 이상의 환자가 새로 발생, 서양인보다 4~5배 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아직도 잘못 알고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한방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보톡스 톡신을 이용한 주사요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싸며 3~6개월에 한번씩 반복 시행해야 하고 톡신에 대한 내성이 생겨 결국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근본적인 치료법인 미세혈관감압술은 수술성공률이 매우 높고,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다. 또한 수술 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중 청력 기능과 안면신경근육 기능을 지속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청각 뇌간 유발 검사와 안면신경 근전도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수술법은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뇌혈관과 안면신경 사이에 완충제를 넣어 신경을 감압하는, 재발가능성이 거의 없는 뇌수술로 안면신경을 심하게 누르고 있는 뇌혈관을 완전하게 신경과 분리할 수 있다.

분명한 치료법이 있는데도 많은 환자가 잘못된 진단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법에 매달림으로써 발생하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과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양ㆍ한방 의료인이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

박 관ㆍ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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