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더기로 190여 곳의 공공기관 수장과 감사 등의 사표를 받아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해 국정 혼선과 경영 차질을 자초하는 인상이다. 공공기관장 공모의 기준과 원칙이 정부 당국자마다 다르고, 소위 ‘실세’들의 청탁과 압력도 갈수록 기승을 부려 오락가락하는 인사가 더욱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고소영’ ‘강부자’ 논란을 부른 장관 및 청와대 수석 인사에서 보듯, 인적 자원의 한계와 선정 잣대의 부실함을 드러낸 새 정부의 과잉의욕이 실로 걱정된다.
청와대 인사 당국자는 최근 “실세를 통해 로비하고 줄대는 사람들 때문에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직ㆍ간접으로 인사청탁을 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탈락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청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니, ‘10년 권력공백’을 보상 받고 대선 때의 논공행상을 요구하는 행태가 얼마나 요지경인지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사청탁자를 우선 배제하겠다는 경고도 의문스럽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 책임은 치밀한 각본도 없이 ‘이념 검열’식으로 무차별 사표를 강요하고 재신임의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린 정부에 있다. 민영화ㆍ통폐합ㆍ구조조정 등 공공기관 개혁작업의 시작단계에서 경영진의 사표부터 받고 보니 한 달 이상 업무가 마비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경영진이 없거나 위치가 불안하니 신규 채용이나 새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게 당연하다.
보다 큰 문제는 ‘민간기업 CEO 출신을 우대하라’는 대통령의 지침으로 인해 부처마다 딴소리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장관은 “민간이든 관료든 관계없이 능력이 인선의 제1 원칙”이라고 말하고, 다른 장관은 “공모는 민간에게 프리미엄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답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다. 갈팡질팡하는 인사원칙이 초래하는 가장 큰 폐해는 뜻을 가진 유능한 인사들의 의지를 꺾는 점이다. 정부는 “인사 뚜껑이 열리면 의외의 결과가 많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의 인사혼선 때문에 이미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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