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 회담은 여야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국민적 관심이 쏠린 현안들을 놓고 2시간 이상 격론을 벌였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여야 영수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속 얘기를 나눴다는 점 자체는 의미가 있었지만 정치적 결실을 하나도 맺지 못해 국민 가슴에 답답함만 더했다는 비판이 많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애초부터 목표가 달랐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로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약속을 받고 싶었고, 손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끌어내고자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까닭에 이날 만남은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안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여부. 손 대표는 “조류인플루엔자(AI)나 광우병 사태 같은 일로 인해 (정부에) 신뢰의 위기가 왔다. 이성적 합리적 판단 못지않게 국민 생각도 중요하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30개월 미만 쇠고기라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되는 부위 제거 ▲미국 내 도축장 감독권 강화 등 구체적 해법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완강했다. “이미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만약 대만 일본 협상 결과가 우리와 다르게 나오면 즉각 수정 보완을 요구하겠다”고 맞섰다.
쇠고기 문제에서 대화가 막히자 한미 FTA 논의도 진전이 없었다. 이번에는 공수가 뒤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FTA는 17대 국회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이번 국회 임기 중에 마무리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결자해지’ 논리로 손 대표를 압박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비준 찬성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쇠고기 문제 때문에 FTA를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켜갔다.
남북관계, 대운하 등의 현안에서도 “6ㆍ15, 10ㆍ4 선언 등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긍정적 대북정책을 인정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경제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은 대운하 덫에 걸렸기 때문”(손 대표), “우리가 꽉 막힌 게 아니라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조정기일 뿐”(이 대통령)이라는 공방만 이어졌다.
결국 이날 회담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양측이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지 못한 채 회담 성사에 급급하다 보니 결국 두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다 회담을 마치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럴 거면 왜 회담을 했냐”는 회의론도 일고 있다. 국민의 기대 속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났으면 난국을 타개할 자그마한 해법이라도 하나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뻔히 결렬이 예상되는 회담에 임한 데는 “나는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만 챙기려는 욕심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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