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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국민에 사과할 시점" MB "나도 이야기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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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국민에 사과할 시점" MB "나도 이야기 좀 하자"

입력
2008.05.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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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손 대표가 창이라면 이 대통령은 방패였다.

손 대표는 오전 7시3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시종일관 대화를 주도하며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손 대표는 특히 미국산 쇠고기 개방 논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반면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회담 내내 손 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대통령은 간간이 “나도 이야기 좀 하자”며 맞받아쳤지만 손 대표와 언쟁을 벌이기보다는 공감을 표시하며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회담 초반은 부드러웠다. 이 대통령은 축구하다 다쳐 다리가 불편한 손 대표가 지팡이를 짚은 채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자 직접 나와 맞이하며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광주에서 만났었죠”라고 친근함을 표시했다.

이에 손 대표는 웃으며 “광주에서도 뵈었고,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만났죠. 요즘 뵐 기회가 많았어요”라고 화답했고, 이 대통령은 “내가 협조 받으려면 (국회로) 찾아가야 하는데 직접 (청와대로) 오신다고 하셔서…”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필요성을 수차례 거론하면서 손 대표의 확약을 받으려 애썼지만 손 대표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꺼내자 “그건 내가 더 잘아요”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손 대표는 작심한 듯 “개방해도 민간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미국 내 도축장 승인권이 없지 않느냐”며 재협상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손 대표가) 너무 디테일하게 얘기하니까 내가 부담스럽다. 마치 축산국장처럼 이야기한다”며 “대통령을 해 보면 알겠지만 재협상이라는 단어는 국제관행상 쓰기 어렵다. 추가협의로 이해해 달라”고 한발 비켜섰다.

하지만 손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사과할 시점”이라며 이 대통령을 다시 몰아세웠다. 이에 이 대통령은 “때가 되면 성명서 같은 것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장에 배석한 이동관 대변인에게 “취임 100일이 며칠이지”라고 묻기도 했다.

손 대표는 또 “(정부) 인사문제만 하더라도 선거동맹인 것처럼 보이고 있고 대대적 쇄신인사가 필요하다”고 충고했고,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서도 “부시 정부의 네오콘 같은 자세를 보여 준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인정해 달라”는 손 대표의 요청에 “나는 극우가 아니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는 이제 접어두시죠”라고 말하자 “에이, 이제 그런 얘기는……”이라며 받아넘겼다.

한편 두 사람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배석했던 양측 대변인이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10여분 간 차를 마시며 단둘이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주로 사담이 오갔을 뿐 서로 간에 의견차가 큰 쇠고기나 FTA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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