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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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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견이

입력
2008.05.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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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짙어지는 신록이 싱그럽다. 올 5월은 선선하고 쾌청한 날이 많아서인지 산야의 푸르름이 유난하다. 싱싱한 잎들이 품어내는 방향성 정기로 녹색 샤워하기 가장 좋은 시절이다. 봄 산을 수놓았던 꽃 잔치는 벌써 끝났지만 쪽동백과 때죽, 산딸, 함박나무의 꽃은 지금이 철이다. 푸른 잎 사이에 숨어 수줍게 피어난 꽃들이 청초하다.

요즘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새 소리. 1년 중 가장 다양한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숲속 최고의 소프라노 꾀꼬리, 그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되지빠귀, 산솔새의 노래에 영혼이 맑아진다.

▦ 뻐꾸기 무리의 노래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나라에는 5종이 서식한다.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매사촌, 두견이가 그들이다. ‘뻐꾹 뻐꾹’ 하고 우는 게 일반적으로 뻐꾸기라고 불리는 놈이다. 검은등뻐꾸기 소리는 고저가 있는 네 박자지만 단조롭다. 언뜻 ‘홀딱 벗고’라고 들린다. 엉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원성 스님은 망상과 욕심, 분노와 어리석음을 홀딱 벗고 정진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벙어리뻐꾸기 소리는 목탁이 울리는 것처럼 청아하다. 매와 비슷하게 생긴 매사촌은 우는 소리도 좀 사납게 들린다.

▦ 뻐꾸기 무리 중 가장 작은 두견이는 다섯 박자로 경쾌하고 차지게 운다. ‘쪽박 바꿔줘 쪽박 바꿔줘’라고 운다고 해서 쪽박새라고도 한다. 옛날 두메산골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작은 쪽박(바가지)을 주고 그만큼만 밥을 지으라고 했다. 시어머니와 남편 밥 푸고 나면 며느리는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었다.

그 원혼이 새가 되어 쪽박을 바꿔 달라고 운다는 것이다. 옛 문인들은 더러 두견이를 소쩍새와 동일시했지만 계통이 완전히 다르다. 분류학에서 뻐꾸기 무리를 뻐꾸기목 두견과로 분류할 만큼 두견이는 뻐꾸기 무리의 대표선수다.

▦ 남한산성 등 서울 근교에서도 두견이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으나 언제부턴가 감감하다. 며칠 전 용인에 갔을 때도 다른 뻐꾸기 소리를 다 들었지만 두견이 소리는 끝내 들리지 않았다. 두견이도 뜸부기나 제비처럼 사라져가는 새의 대열에 낀 것일까. 남한산성 마을의 아마추어 새 전문가 임봉덕씨는 숲가꾸기사업으로 두견이가 부화기생(탁란)하는 휘파람새의 서식지가 파괴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난화에 따른 생태환경 변화 탓일지도 모른다. 새들이 하나 둘씩 우리 곁을 떠나가는 것은 안타깝고도 두려운 일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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