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범죄 예방을 명분으로 국민의 전화통화, 이메일, 인터넷 접속시간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영국 내무부의 계획을 둘러싸고 감시 사회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내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관련 법안은 인터넷 서비스 및 통신업체는 가입자의 이용 내역을 내무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최소 12개월 동안 보관토록 하고 있다. 경찰과 국가안보기관은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가입자의 통화내역은 물론 이메일 내용과 인터넷 접속기록까지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570억건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발송됐으며 매일 약 30억통의 이메일이 발송되고 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무부는 방대하고 구체적인 국민의 사생활 정보를 축적하게 된다.
내무부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11월 국회 연설 때 발표할 정보통신법안의 일부로 이 같은 내용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관련부처 장관들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측은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정보가 필요한 법 집행기관이 수백개의 통신업체를 상대로 일일이 정보를 요구하지 않아도 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이 영국이 감시사회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개인정보를 담은 전자신분증(ID카드) 도입과 국민건강보험(NHS)의 환자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둘러싸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었다. 반대론자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정보 독점 강화가 정보 유출과 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이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정보 관리 능력이다.
영국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2,500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CD를 우편배송 과정에서 분실하고 국방부가 올해 1월 6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를 분실하는 등 정부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휸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관련 부처 장관들이 이 법안을 자유국가에 적합한 조치라고 판단한다면 그들은 제 정신이 아니다”고 비꼬았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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