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9일 성적 우수 학생만을 대상으로 ‘성적 우수반’을 운영하는 것은 학생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은 구속력은 없지만,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방침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이날 ‘고등학교에서 성적 우수반을 별도로 편성해 운영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전국교직원노조 강원지부가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상시적인 성적 우수반 편성은 헌법 11조가 보장한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해당 학교장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강원 지역 10개 고교가 특정 과목의 학업성적이라는 일률적 기준에 따라 상시적이고도 전반적인 성적 우수반을 편성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이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분리교육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 11조가 보장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해당 학교장에게 “성적 우수반 제도를 시정하고 학생의 학습성취도와 적성에 맞춘 교육 기회와 내용이 제공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또 강원도교육청에는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학업성취도에 맞는 효율적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7차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열등감과 배제감 등 정신적 외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별 자율성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해 4월 강원 지역 10개 고교가 성적 우수반을 만들자 “성적우수반에 포함되지 못한 학생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한편 강원도교육청은 지난달 말 ‘학교자율화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열반 편성은 계속 금지하되 영어와 수학 등 특정 교과목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수준별 이동수업’은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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