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독도 영유권 교과해설서 명기 방침과 관련, 외교부에 엄중 대처를 공개 지시한 것은 한일관계 복원보다는 영토주권 확보가 더 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용과 화해'라는 대일 외교기조도 독도로 상징되는 영토주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 순식간에 적대적 대처, 강경 대응으로 바꿀 것이라는 경고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는 배신감도 작용한 듯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일본 방문 때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하자"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 한일관계를 복원시켰는데 한 달도 안돼 일본이 뒤통수를 때리는 식의 조치를 한 데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셔틀외교 재개를 합의했고 천황과도 만나 한국 방문을 청했다. 그 행간에는 독도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접어두고 경제협력 등 건설적인 방향에 주력하자는 뜻이 깔려 있었다. 이에 일본측이 긍정적으로 화답,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달리 한일관계가 순풍을 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일본 문부성이 이처럼 신의 없는 조치를 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일본에 대해 조용한 접근법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청와대는 대일외교 기조를 한 달만에 바꾼 점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실용 외교'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전날(18일)까지만 해도 청와대나 정부는 "정확한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자세였다. 하지만 국민여론이 점점 악화하자, 계속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쇠고기 졸속협상 논란으로 민심이 뒤숭숭한 마당에 독도문제마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유명환 외교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과서 문제는 젊은 세대에 영향을 준다"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고려, 정부는 과거(2월)와는 달리 강하게 우려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월 일본 외무성이 자체 홈페이지에 '독도=일본 땅'이라는 코너를 개설했을 때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한 바 있으나 공개적으로 강경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례적인 강수는 쇠고기 파동에 따른 민심이반을 독도 문제로 돌리려는 우회전략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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