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주도그룹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영국 미국 일본이 주류를 형성했다면, 올 들어 중동계, 유럽계, 중국 등이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을 국가별로 살펴본 결과 ‘오일머니’의 대표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이 7,998억원을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작년을 통틀어 1조원을 순매수해 4위를 차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2월에는 3위, 3월에는 2위로 올라서더니 급기야 4월 들어 순매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순위에도 들지 못했던 아랍에미리트가 3월 순매수 4위를 기록했으며, 쿠웨이트도 4월 순매수 8위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에 오일머니를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작년은 물론 올 1월까지도 순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2월부터 순매수 그룹에 끼기 시작해 4월에는 1,398억원을 순매수하며 6위를 기록했다.
그밖에 작년 순매수 그룹에 끼지 못했던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케이만아일랜드 등 유럽계열이 대거 순매수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작년 순매수 상위그룹에 속했던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국적의 변화뿐 아니라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국가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년 한해동안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국가는 6개에 불과했으나, 4월에는 10개국이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대부분의 자금이 캐나다 등을 포함한 영미계나 일본 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선수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선수교체 바람은 이 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5월 들어 15일까지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중동 제외)를 국가별로 구분한 결과, 케이먼아일랜드계 자금이 3,192억원어치를 순매수, 국내 투자규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싱가포르(1,048억원), 독일(949억원), 아일랜드(763억원), 덴마크(584억원), 이탈리아(568억원), 뉴질랜드(474억원) 순이었다.
이에 비해 영국계과 미국계 자금은 각각 3,580억원과 2,20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순매도 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한편, 같은 기간 전체 외국계 투자자들은 국내시장에서 14조3,497억원 매수하고 14조1,149억원을 매도해 2,348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3.3% 상승했다.
이와 함께 16일에도 외국인은 무려 4,116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는 등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올들어 국적별 외국인 매매를 보면 영미계 자금이 대거 매도전략을 구사한 반면, 중국 등 다양한 자금들이 매수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비록 이들 자금의 규모는 아직 적은 수준이지만 우리 주식을 사는 외국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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