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없애든지, 학교를 없애든지….”
주말에 가끔 친인척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면 늘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이 교육문제다.
부부교사인 사촌 동생이 작은 딸아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하루는 심각한 불만을 털어놨다고 했다. “자전거도 타고싶고, TV도 보고 싶은데 매일 학원에 가야 되나요? 숙제도 너무 많고, 정말 힘들어서 못살겠어요.”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가고, 돌아오면 밤늦도록 숙제를 해야한다. 놀지도 못하고 잠도 부족하니 어린 아이 입장에서 삶이 우울하고 고달플 뿐이고,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도 애처롭다. 부부 교사조차도 학원을 피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사촌 동생이 중학 2년생인 큰 아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학원을 보내도 부족한 과목이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 가르친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속이 뒤집혀서 매부터 들게 되더란다. 이를 방지하려고 친구들을 데려오라고 해서 함께 가르치는데, 덕분에 직장에서 돌아와도 쉴 시간이 없다고 했다.
호주에서 살고있는 형은 두 아이를 현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학원에 보낸다고 했다. 아이들이 영어도 못하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비싼 학원비를 감당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영문법 등을 직접 가르치는데, 힘이 들때는 ‘저녁 약속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 모두 지치는 상황이다.
미국 연수를 잠시 다녀온 기자도 마찬가지다. 중학 1년생인 아이가 영어는 좀 배워왔으나 다른 과목을 따라가지 못해, 직접 가르치다가 힘이 부쳐 수학 학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선행학습 때문에 아이의 학교 진도에 맞는(중학 1년1학기) 과정은 아예 없었고 가장 근접한 것이 ‘중학 1년 2학기’ 과정뿐이었다. 1학기 과정도 못 따라가는 상황인데 2학기 과정을 선행학습 한다는 것이라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어 등록을 했다.
각각 자녀들의 구체적 사례를 이야기한 뒤에는 우리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난무했다. “해방이전에는 학원도 과외도 없었다. 그래도 다들 문제없이 잘 커나갔는데 지금 왜 이렇게 난리냐”는 어른들, “차라리 전두환 대통령 시절처럼 법으로 전면 금지시켜 버리든지…”라는 과격한 40대 남편들, “과잉 경쟁 때문에 외국으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라는 아내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푸념 섞인 황당한 결론은 이랬다. “학교나 학원, 둘 중에 하나가 없어져야지 원... ”
과다한 교육열과 그에 따른 부작용에 따른 학부모ㆍ학생 스트레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한국 교육제도에 대한 실망감 등이 이날 대화의 주요 내용이었다.
많은 한국 초중고생들이 부모의 진두지휘하에 학원에 다니며 성적 올리기에 나서고있다. 고득점을 향해 선행학습에 이은 반복ㆍ암기식 학습에 치중하는 것이다. 과다경쟁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손실은 창의력의 실종이다. 창의력 없이는 ‘빌 게이츠’도 없고,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없다. 결국 우리 미래가 어둡다는 뜻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않은 한국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교사가 들려준 경험담이다. “쉬는 시간을 주면 뭘 하고 놀아야 하는지를 선생님에게 되물어보는 것이 한국 아이들이지요.”
피플팀장 조재우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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