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교사용 지침서인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명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일 관계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4년 노무현 정부의 대일 독트린 이후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새로운 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 일본 외무성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근거를 홈페이지에 올릴 때만 하더라도 우리 측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적 항의'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토주권 침해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 측이 이러한 기도를 할 경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우리의 노력에 큰 장애가 조성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정부의 향후 강경대응 방침을 일본 측에 직설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공은 일본 측으로 넘어갔다. 6, 7월로 예정된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개정내용이 우리 측의 강경 행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본 측이 교사용 지침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할 경우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를 소환하는 매우 강도 높은 외교적 항의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국교 단절의 전(前)단계적 조치다.
이 경우 올해 중으로 예정된 수차례의 한일 정상회동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7월 G8정상회의, 8월 베이징(北京)올림픽,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하반기 답방, 아세안+3회의 등 6, 7차례 정상회동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악화에 따라 일부 정상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고, 다자 정상들의 회동에서 의례적 만남을 갖는다 해도 '독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래지향적' 얘기를 나누지 않을 수도다. 4월 한일 정상이 합의한 셔틀외교는 사실상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이 모두 독도 문제에서는 국민 정서상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처지인 만큼 일본 측이 예정된 절차를 밟고, 우리 측도 강경조치로 대응하는 수순으로 간다면 한일 관계는 5년 내내 경색 일변도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일 정상외교는 물론 역사 문제 등 한일 현안에 대해 양국이 모두 경직된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일 관계는 짧은 봄날을 경험한 뒤 긴 겨울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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