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우림은 이제 어머니를 잃은 ‘고아’가 됐다.”
‘환경 수호천사’로 불리는 마리나 실바(52) 브라질 환경부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브라질 정부의 환경 정책 후퇴와 아마존 밀림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취임 후 5년 간 환경부 장관을 맡아왔던 마리나 실바 전 장관은 아마존 우림을 개발하려는 업계와 맞서 싸우며 아마존 보호의 수호자이자 룰라 정부의 마지막 환경 보루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14일 룰라 대통령에게 “열대우림을 보호하려는 노력들이 거대 업계의 로비에 방해를 받아왔었다”면서 “정부와 사회 중요 부문에서 우리 팀의 활동에 대한 거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리나 실바 전 장관은 원자재 상품 시장 호황 등으로 아마존 개발 압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 내 입지가 위축됐고 최근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밀림 지역에 대형 댐과 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그녀가 초안을 맡았던 아마존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 프로젝트도 업계와 가까운 장관에게 이관된 것도 그녀의 사퇴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녀의 전격적인 사퇴는 국제 환경단체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환경 대통령’을 약속했던 룰라 대통령의 아마존 보호 정책이 급격히 후퇴하고 아마존 개발 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제환경보호’의 호세 마리아 코르도소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룰라 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있었다면 모두 다 마리나 장관 때문이었다”며 “그녀의 사임은 재앙이다”고 말했다. ‘지구의 친구들’의 브라질 대표인 로베르토 스메랄디도 “제국이 이제 본색을 드러냈다”며 “브라질 정부가 환경 친화적이란 연막을 제거했다”고 비난했다.
장관 사퇴 후 의회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힌 마리나 실바 전 장관도 16일 기자회견에서 “아마존 지역의 주지사들이 벌목 규제조치를 철폐토록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동안 성취해온 업적을 보존해야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말했다.
마리나 실바 전 장관은 까막눈의 아마존 원주민 소녀에서 열혈 환경 운동가로, 이어서 환경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여성 운동가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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