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달부터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 향후 12개월동안 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공급키로 한 것은 북핵 신고 해결을 둘러싸고 북미 사이에 조성된 유화 국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측은 대북 식량지원이 인도적 사안이고 북 핵 문제와는 별개라고 밝히고 있으나 북한이 북 핵 신고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식량지원 재개를 위한 북미 협상 타결이 그리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만 보면 미측으로서는 북한 태도 변화의 분위기 조성용으로 식량 카드를 활용할 수 있었고 북측으로서는 북 핵 신고에서 ‘최소한의 양보’만으로 시급한 식량위기에 대처하게 됐다는 점에서 북미간‘윈-윈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미측이 식량지원 재개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는 식량분배에 대한 감시체제 강화에 북미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북미는 한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식량분배 감시요원의 현장 배치를 허용하고 감시요원 규모도 종전 50명에서 6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북미는 종전엔 모니터링 실시 계획을 6~10일전 북측에 알리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사전 통보없이 임의 모니터링도 가능토록 했고 식량저장 창고 및 기타 시설에 대한 접근도 허용키로 했다.
북한은 다만 감시요원에 국적에 관계없이 ‘한국민족(Ethnic Korean)’은 포함할 수 없다고 못박고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하지 않은 미국의 직접 분배 및 감시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북미가 시기 적절하게 적당한 선에서 감시체제 문제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북 핵 신고와 식량위기 사태의 동시 해결을 위해 양측이 모두 성의를 보였음을 반영하고 있다.
식량지원 재개라는 물꼬가 터졌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에 제출할 북 핵 신고서에서 보다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보장은 물론 없다.
식량지원은 인도적 문제여서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북한이 이미 확보한 것이 됐지만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의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때문에 북한이 이 문제들을 둘러싼 미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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