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도로 방향으로 가로질러 걷는 보행자는 도로횡단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였어도 사고 운전자를 ‘횡단보도 사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형화물차 운전자 조모(37)씨는 지난 해 3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횡단보도를 걷고 있던 임모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상처를 입혔다.
횡단보도는 남북방향으로 설치돼 있었으나 임씨는 동서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조씨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ㆍ2심은 “임씨는 차량 진행 방향 정면으로 걸어온 무단횡단자에 가까워 횡단보도를 건널 의사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 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어느 방향으로 보행자가 움직였는지 관계없이 임씨와 같은 피해자까지 법률상 보행자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의 의미를 근거없이 넓히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8일 조씨의 상고심에서 공소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가 남북 방향인 횡단보도를 동서 방향으로 지나가다 벌어진 사고에서 임씨는 횡단보도를 건널 의사를 갖고 횡단보도를 걷고 있던 게 아니어서 조씨에게 적용한 혐의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는 사람이 횡단보도에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건널 의사로 통행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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