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약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미얀마에서 구호를 둘러싼 군정과 승려 간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참사 발생 2주일이 넘도록 국제사회의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얀마 군정은 정부를 대신해 구호에 나선 승려들과 국민의 ‘풀뿌리 구호’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승려들은 망명한 승려들과 국민과의 비밀 연계망을 통해 이재민 구호를 위한 자금과 물품을 조달 받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16일 보도했다.
군정과 승려 간 긴장 관계는 군정이 사원에 피신 중인 이재민들을 정부가 관리하는 캠프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군정은 지난해 9월 반정부 시위를 이끈 승려들이 구호를 이유로 이재민들에게 반정부 감정을 주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캠프는 임시 천막일 뿐 충분한 음식과 식수가 갖춰져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군정은 국민이 피해현장에서 구호물품을 직접 나눠주는 것도 제한해 정부 당국의 손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정이 자연 재해로 신음하는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정권 유지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벤자민 자와키 국제앰네스티(AI) 방콕 주재 조사관은 “이번 조치는 미얀마 군정이 정권 유지를 국민의 생명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2003년 태국으로 망명한 미얀마 승려 아난다는 “승려들이 이재민들을 규합한다면 또 다시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이 많은 국민이 승려 측에 가담할 경우, 군정에 위협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따라서 군정은 이재민과 승려를 떼어놓아 승려세력의 부상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난다는 “정부가 승려와 국민의 구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재민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미얀마 군정은 18일 사이클론 사망자 7만8,000여명, 실종자 5만6,000여명으로 파악하고 실종자 대부분을 사망한 것으로 인명피해 집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미얀마 국영TV도 “이제 이재민 구호와 시설 복구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이재민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많은 이재민이 학교, 사원 등에서 머물고 있으나 학교가 개학을 앞두고 있고, 임시 천막에 있는 이재민들도 우기로 인해 장기 수용이 어렵다.
익명의 한 미얀마 정부 관리는 “정부의 이재민 관리는 현재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질병과 기아로 인한 제2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태국 출신의 의료진 80여명은 17일 미얀마에 도착, 구호에 들어갔다고 BBC가 보도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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