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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돌 민변 백승헌 회장 인터뷰/ "양극화·인권, 법률 지원 필요성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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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돌 민변 백승헌 회장 인터뷰/ "양극화·인권, 법률 지원 필요성 절감"

입력
2008.05.1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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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로 출범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올해로 창립 20돌을 맞는다.

호주제 폐지와 과거사 진상규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변화 요구를 진보적 법률운동으로 승화시켜온 민변은 올해 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에서 한미 양국 협정문의 미비점을 찾아내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그 존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8일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있는 백승헌(45) 민변 회장은 18일 “지난 세월 민변은 형식적 민주주의 정착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양극화나 인권 문제에서는 여전히 법률적 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창립 당시의 민변과 요즘 민변을 비교해 본다면.

“창립 당시에는 ‘동참’이란 말 그대로 용기의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용기와 더불어 전문적 기능인으로서의 깊이, 사회적 의미를 바라보는 통찰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즉, 과거에는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지지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올바른 대안까지 제시해야 지지를 요구할 수 있다.”

- 사회 전반의 보수화 경향으로 입지가 좁아진 것은 아닌지.

“사회 흐름을 단기간으로 보지는 않는다. 애초 견지했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올바른 견해를 제시한다면 사회적 울림은 커질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당연히 쓰임새가 줄어들 것이다. 사회 흐름에 영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참여정부 때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것 같다.

“민변은 지난 정부 시절 한미 FTA 협상 추진 과정에서부터 반대 의견을 줄곧 표명해 왔다. 지난해에는 FTA 반대 농성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런 지적이 나온 것은 전임 대통령이 한때 민변 회원이었고, 참여정부에 일부 민변 출신 인사가 동참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민변은 진보ㆍ개혁적 목소리를 내려 할 뿐 ‘진보개혁 파당’이 결코 아니다.”

- 그 때문인지 민변이 기득권 단체로 점차 권력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민변이 더욱 조심하기 위해 일정한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경향이 스며들지 않았나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창립 초기부터 집행부의 정치참여는 금지돼 있었는데, 지금도 유효한 성찰의 지점이라고 본다.”

-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민주화의 진전이란 ‘법치주의의 정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협상과정에서 법적 문제는 없는지, 협상의 내용이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입법적 통제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주목했고, 그런 견지에서 의견을 낸 것이다.”

- 20년 활동 역사를 되돌아 본다면.

“그 동안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슈에 대해 문제 제기를 많이 해 온 반면, 일반 국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일상의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민생의 바닥을 향해 ‘낮아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창립 당시엔 비판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저항이었지만, 이제는 대안이 함께 요구된다. 대안 제시 기능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찾아가는 민변’이 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 하에서 민변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기 위해 현재 로스쿨 인가절차가 진행 중인 연세대 등 6개 대학과 인권 관련 수업 커리큘럼에 대한 공동작업 협약을 체결키로 했다. 실무수습 과정에서 민변 연수나 연구 프로젝트 공동운영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

-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관계정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변협은 변호사로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체이고, 민변은 뜻을 같이 하는 변호사들의 임의단체로 전혀 층위가 다르다. 다만 변호사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변협과 민변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며 또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 백승헌 회장은

백승헌(45ㆍ사시25회) 민변 7대 회장은 민주화 운동이 정점으로 치닫던 198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변호사들의 도보 행진 시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민변의 전신인 '정의실천법조인회'에 참여했고, 이후 민변 창립멤버가 됐다. 인권 분야에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2000~2001)을 지냈고 2006년 5월 40대로는 첫 민변 회장에 취임했다. 이달 말 민변 총회에 단독후보로 출마, 2년 임기를 한 차례 더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김정우기자 wookim@hk.co.kr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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