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8일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 연설과 그 직전 청와대가 언론에 배포한 원고가 달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쇠고기 파동에 따른 민심 악화를 고려,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를 빼는 등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원고에서 빠진 민감한 부분은 “최근 일부의 모습처럼, 진실을 보지 않고 거짓과 왜곡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승리하기 마련이며, 변화의 대가는 크고 위대할 것”이라는 내용. 이 대목은 쇠고기 파동과 관련,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거짓과 왜곡이며 안전하다는 게 진실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실제 연설에서 이 문구가 빠진 데는 쇠고기 파문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더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저 스스로 먼저 꾸준히 변화하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변화를 꿋꿋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는 대목도 삭제됐다. ‘꿋꿋하게 밀고 나갈 것’이란 부분이 정부가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다. 아울러 최근 비판받는 ‘밀어붙이기’ 식 국정운영의 지속으로 비쳐질 우려도 있었다.
이와 함께 “한미 FTA는 선진국 진입의 증명서이자 악화되는 경제를 살리는 처방전”이라는 내용과 “호남에 두 배 더 잘하겠다”는 내용도 빠졌다. 불필요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진의 수정을 거치지 않은 채 초안 상태의 연설문이 언론에 잘못 배포된 것”면서 “이후 관계자들의 문구 수정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게 최종본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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