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이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같은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상대 후보자에 대한 살인을 청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박종기)는 16대 총선에 출마하기로 하고 선거를 준비하던 중 1999년 돌연사 한 A씨가 사실은 상대 후보자 Q씨의 사주로 살해됐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최근 접수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 의원으로 활동하던 A씨는 귀가 후 잠을 자던 중 갑자기 각혈을 한 뒤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사망했으며, 의료기관은 과로사로 판단했다. 유족들은 병원 진단이 미심쩍긴 했지만 사체에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당시 A씨가 의정활동으로 매우 바쁘게 지낸 점 등 때문에 병원 판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지방의 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유족 측에 편지를 보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과거 Q, A씨와 함께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편지에서 “99년 내가 Q씨의 부탁을 받고 A씨를 살해했으며, 이제서야 그 때 저지른 일을 뉘우치는 의미로 편지를 보낸다”고 적었다. B씨는 현재 다른 살인사건을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B씨는 편지에서 “당시 A씨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Q씨가 지역 여론조사를 계속 하다 결국 나에게 (A씨를 살해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Q씨와 A씨는 군대 동기로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함께 정치활동을 해 온 사이로 전해졌다.
B씨의 편지 내용을 접한 A씨 유족들은 교도소로 B씨를 직접 찾아가 2, 3차례 면회를 한 뒤 지난달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검찰은 진정서 접수 이후 최근까지 A씨의 부인과 형제 등 유족을 수 차례 조사한 뒤 당시 사건 가담자를 찾아 조사하는 한편 관련 증거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B씨에 대한 조사에서 B씨로부터 “A씨를 살해하는 대가로 Q씨로부터 돈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 받지는 못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사건 관련자들과 관련 증거를 수집한 뒤 Q씨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건을 관할 지역 검찰청으로 이첩하지 않은 채 직접 진정서가 접수된 검찰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수원지검이 선임부서인 형사1부의 부부장을 이 사건 주임검사로 임명한 것은 검찰의 사건 실체 규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이 10년 전에 발생해 증거 수집은 물론 관련자 소재지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