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쓰촨(四川)성 펑저우(彭州)시에서 산길로 40㎞ 들어간 롱먼산(龍門山) 계곡의 자연 댐 언색호(堰塞湖)를 목격하고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계곡 물을 담아둬야 할 언색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옆 산에서 흘러내린 어마어마한 흙과 바위더미가 내려 앉아 있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곳 언색호 방죽은 이미 16일 오후 떠내려갔다. 호수의 엄청난 수량은 초당 500톤씩 하류로 무방비 상태로 방출됐고, 주민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다행히 언색호에서 3㎞ 하류에 있는 펑밍후(鳳鳴湖)댐이 물을 가두는데 가까스로 성공, 대형 2차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펑밍후를 관리하는 양타오(楊濤)씨는 “옌사이후(언색호) 붕괴 후 직원들이 이틀동안 사력을 다해 펑밍후 수문을 열고 수위를 관리해 위기를 겨우 잠재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아직도 너무 위험해 댐 아래 1㎞전방에서 인원과 물자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중국인 관광객 100명을 포함해 300여명이 사망한 이곳에 홍수 위기까지 닥치니 할 말이 없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지진 피해지역 일대 언색호와 댐들은 롱먼산 언색호와 같은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1차 강진과 6일간 지속된 여진은 댐 주변 산에서 돌더미와 흙이 무너져 내리게 하면서 수위를 높이면서 기존 방죽 구조물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고 있다.
언색호란 화산 용암 분출이나 지진 활동 등으로 산이 붕괴면서 강의 흐름을 막아 형성되는 자연 호수로 인공댐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 내 18개 언색호가 2차 피해의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위험성은 17일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화통신은 17일 베이촨(北川)현 쿠주(苦竹)방죽이 위험 수위에 이르자 하류의 비상 대피령이 내려져 댐 밑의 현청 소재지 주민이 ‘마라톤’을 해 고지대로 대피하는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베이촨현 차핑(茶坪)마을 주민들도 하천 수위 상승에 따른 범람 위험으로 서둘러 피난을 떠났다. 18일에는 칭촨(靑川)현의 최대 언색호가 오전부터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3만여명의 주민이 인근으로 몸을 피했다. 현재 지진 피해지역에서만 13개 자연 호수가 위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수해 위기는 지진이 강타했던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요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강진으로 살아갈 기력을 잃은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룽먼산 언색호에서 만난 천(陳)모씨는 “강진 후 자식과 손자 11명을 모두 잃은 할아버지가 이들을 모두 묻고 탈진해 숨졌다”며 “그 할아버지와 우리 상황이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펑저우시(쓰촨성)=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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