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레이몽 지음ㆍ이희정 옮김/랜덤하우스 코리아 발행ㆍ352쪽ㆍ1만5,000원
“이래도 먹을래?”
프랑스 카날플리스TV 시사 프로그램 ‘90분’ 기획자이자 프리랜서 시사전문 기자인 저자 윌리엄 레이몽은 미국의 부커 도축장에서 벌어지는 가축의 사육 풍경을 적나라하게 담으며 묻고 있다. 저자는 미국인이 왜 ‘뚱보’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물 상당수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커 도축장에선 날마다 단백질이 풍부한 가축 사료가 만들어진다. 제조법은? 거대한 톱니바퀴가 설치된 큰 통 안에 소의 부산물을 들이부어 으깬 뒤, 다른 통에 옮겨 135도에서 1시간 동안 ‘수프’를 끓여낸다. 동동 떠오른 노란 지방덩어리는 립스틱이나 비누를 만드는 공장에 팔고, 나머지를 잘 말려 곱게 갈아 소의 사료로 쓴다.
영양가가 더 높으면서도 값싼 사료를 만들기 위해 양념도 듬뿍 뿌린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를 튀기고 남은 기름, 음식찌꺼기,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 안락사 하거나 도로에서 깔려 죽은 개와 고양이의 사체, 닭 사육장 바닥에서 긁어온 배설물과 깃털 등….
현대 도시인은 먹거리의 생산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무지하다. ‘의식동원(醫食同源ㆍ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이란 말이 있듯 먹거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먹는 고기와 채소가 어떻게 키워졌는지, 어떤 항생제나 농약이 뿌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책은 ‘더 싸게, 더 많이’를 목표로 생산되는 육류 유통 시스템을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 생생하게 고발한다. 여러 보도 매체를 통해 비슷한 내용이 다뤄졌던 터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른 먹거리 생산 실태는 볼 때마다 입맛이 뚝 떨어질 만큼 충격적이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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