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축제 폐막식에서 인기 댄스그룹 ‘원더걸스’ 공연을 가까이서 보려는 대학생들과 인근 중ㆍ고생들이 무대로 몰려드는 바람에 몇 명이 깔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자가 자제를 당부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고 한다. 공연은 무려 2,500여 명이 몰릴 만큼 인기였다.
서울대만이 아니다. 요즘 한창 열리고 있는 대학의 축제현장 어디서나 인기가수의 공연에 열광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학축제는 이제 학생 스스로 만드는 잔치가 아니라 연예인들의 공연장이 돼 버렸다. 원더걸스만 해도 서울대 공연 전에 이미 성균관대 연세대를 거쳤고 앞으로도 두 세 개 대학축제 공연을 남겨놓고 있다. 소녀시대, 이적, 이승기 같은 가수들도 대학축제를 도느라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축제가 인기 연예인들의 큰 수입원이 됐다.
엄청난 비용까지 들이며 인기가수 공연을 기획하는 이유는 축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제 인기가수 공연 때는 수천명의 대학생이 몰려든다. 인기가수 공연만이 아니다. 대학 안마당에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각종 놀이기구가 등장하고, 기업의 홍보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각종 무료 시음행사와 제품 판촉행사가 판을 치고 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신나게 즐기고 즐거우면 되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축제기간만이라도 공부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젊은이들을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냥 동네 축제도 아니고 대학 축제다. 과거처럼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재미없는 학술 토론장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연예인 공연에 놀이기구나 타고, 공짜 술이나 마시는 판이 되어서도 의미가 없다. 연ㆍ고대 철학과의 ‘인문학 골든벨’처럼 재미도 있으면서 전공을 살린 축제 프로그램을 학생들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대학축제는 ‘놀이’이기 전에 청년문화의 장이자 산실이다. 그런 대학축제가 창의성과 지성을 상실한 채 단순한 오락과 상업성에만 매달리고, 또 학생들이 그것만 즐기려 한다면 새로운 청년문화의 탄생도, 우리의 문화 미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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