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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아이의 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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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아이의 외박

입력
2008.05.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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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랑 나랑 둘이서만 중요한 볼 일이 생겼다. 아내는 아이를 아침 일찍 이모네에 맡겼다. 아내는 이제까지 그러했듯이 아이가 엄마 보고 싶어서 여러 번 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이는 엄마는 까맣게 잊고 종일 즐거웠나보다. “다 컸네, 다 컸어!”라고 대견해하면서도 어째 서운한 기색의 아내, 밤중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집에 가기를 거부하고, 이모네서 자겠다고 했단다. 우리는 아이가 자기 집보다 이모네를 더 편하게 여기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 관점으로는 재미있게 놀아주는 형들이 있고, 짜증 한 번 안 내고 다정하게 챙겨주는 이모가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하여간 아내는 홀로 돌아와 어쩔 줄을 모른다. 아내는 아이랑 떨어져 자는 것이 생짜 처음이다. 늘 끼고 잤던 것이다. 섭섭하고, 허전하고, 불안하고, 뒤숭숭하고 영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내는 익숙해져야 한다.

아내가 아이와 함께 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는 곧 자기만의 방을 원할 테다. 같은 집에 살아도 함께 잠드는 일은 있기 힘든 일이 될 테다. 집 밖에서 자는 날도 점점 늘어날 테다. 스무 살 정도가 되면 아예 집을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엄마 품을 떠나왔으니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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