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는 광우병 괴담의 열병을 앓고 있다. 정치가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가려졌던 사실들이 드러나 널리 알려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그리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내용들이 참인 양 증폭되어 전파되어 중ㆍ고교 학생들을 비롯한 국민들이 휘둘리게 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어 뒤숭숭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 국내외의 외국 사람들에게는 한국 전체가 일종의 인지적 히스테리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괴담에 휘둘리는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휘둘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할까?
인지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리스턴대의 카네만 교수 등의 이론에 의하면 괴담에 휘둘리는 것과 같은 현상은 확인편향(또는 확증편향)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믿는 바, 바라는 바, 조금 알고 있는 바를 지지하는 정보는 진위에 관계없이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믿으며 그것을 지지하는 정보와 증거를 더 찾는 반면, 그에 배치되는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무시하는 그러한 인지현상이다. 마치 며느리에게 심한 부정적 편견을 지닌 시어머니의 행동처럼.
이는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주의나 기억의 용량 한계로 인하여 완벽한 정보처리를 할 수 없기에 편의적으로 발달시킨 인지적, 적응적 전략이다.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장관이건, 고교생이건, 교사이건 인간이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이다. 이러한 편의적 사고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인지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우리이기에 쇠고기 협상을 전개한 정부측 인사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바람이, 예측이 옳은 것이라 믿고, 국민을 위하여 일한다고 믿었기에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고, 실수를 하였고, 또 국민에게 미리 알리고 설득하려는 생각을 내지도, 효율적으로 괴담에 대처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또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며 강한 정서적 반응을 하며 촛불 집회까지 하는 네티즌, 중ㆍ고교생,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이 믿는 바가 옳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가 사실이라고 믿었기에 그렇게 강하게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지식, 바람, 믿음 틀의 정당성을 과학자처럼 객관적으로 회의하며 검증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그저 막연히 감으로, 단편적 정보에 기반하여 그것을 맞다고 확신한 채, 그것을 지지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외적 증거들, 언명들을 연결하여 자신의 주장과 믿음을 강변하며, 같은 생각을 상대방에 강요하는 경향은 두 집단에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컴퓨터처럼 완전한 정보처리를 이루어 낼 수 없는 생래적 인지적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남는 일은 이를 어떻게 완화하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또 다른 인지과학 연구 결과가 시사적이다. 인지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판단과 결정은 정서적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 정서가 사고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나의 생각, 주장을 믿게 하려면 논리적 주장을 펴는 언어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공유 토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정서 중에는 신뢰의 정서가 가장 중요하다.
광우병 괴담과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 주장을 이해, 설득시키려면 먼저 내가 그들에게 신뢰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것이 인지과학의 원리이다.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ㆍ 인지과학협동과정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