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지음/중앙북스 발행ㆍ432쪽ㆍ1만8,000원
국책 연구 기관인 KID가 12일 발표한 ‘2008년 상반기 견제 전망’은 이례적으로 재정기획부의 경기부양책을 견제하는 견해로 주목 받았다. 물가 안정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경제 정책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지식 생태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싱크 탱크(think tank)의 한국 버전이다.
미국의 싱크 탱크는 1,600여개다. 이 가운데 300여개는 정치의 중심부 워싱턴에 모여,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이 책은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홍일표씨의 워싱턴 일대에 포진한 싱크 탱크 탐방기다. 책은 그들이 독립성과 독창성을 전가의 보도 삼아, 치열한 지식 투쟁의 현장을 어떻게 뚫고 나가는지 보여준다.
그 곳을 지배하는 것은 정글의 법칙이다. 싱크 탱크들이 매일 쏟아 내는 엄청난 보고서와 논평 가운데 정책 결정자의 책상에 올라가는 것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자신들의 연구 성과가 조금이라도 더 눈길을 끌수 있도록 싱크 탱크 연구자들은 가능한 한 모든 전술을 구사한다.
학술 서적 출판, 전책 브리핑 작성, 매체와의 인터뷰, 의회 청문회 증언, 칼럼 기고, 회의 참석 등은 기본이다. 그 밖에 정책 결정자와의 점심 약속, 안부 전화 등은 물론 회의장 한켠에서 귓속말 주고 받기까지 현실 정치와 연을 맺으려는 노력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중요한 점은 그 같은 노력이 현실적으로 보상 받을 길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원래 ‘재배치(redeployment)’란 말은 군사 용어였으나 진보적 싱크 탱크인 ‘미국진보센터’가 적극 사용,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여러 논쟁에서 주요 개념으로 각광 받았다.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략 개발이 싱크 탱크의 임무 중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굵직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곳 역시 미국진보센터다.
그러나 싱크 탱크는 ‘그들만의 리그’라 불릴 정도로 폐쇄적이다. 책은 “싱크 탱크가 생산한 정책이 ‘무엇’인지 보다, 그것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평가 기준이 되는 병폐”(418쪽)를 적시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완전 경쟁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참여연대 상근 활동가를 거쳐 현재 ‘희망제작소’ 선임 연구원으로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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