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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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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바꾸자

입력
2008.05.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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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가 수년 내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등 에너지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상황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단기적 위기 국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흥 개도국의 성장과 부존자원의 제약이라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결합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자원 고갈 시기로 전환된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글로벌 자원위기에 대처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정책 대응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우선 제조업 보호를 위해 가격 메커니즘을 왜곡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자원 효율적인 산업구조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과거에는 산업용 전력요금 안정이나 에너지ㆍ환경 규제 측면에서 기업의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이 주종을 이루었다. 지금도 국내 산업용 전력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을 약간 웃돌 정도로 낮다.

일시적인 위기 대처나 공업화 초기에 유효했던 이 같은 정책은 장기적으로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위험성이 있다. 자원 가격의 상승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가격의 시그널링 효과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는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의 최고 20배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독일은 일조량이 우리의 3분의 2 수준인데도 세계 제일의 태양광 보급률을 자랑하며, 신재생 에너지 전력비중을 2012년 12.5%, 2020년 20%, 2050년 50% 등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도 대체 에너지와 같은 차세대 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펴야 한다.

셋째, 자원위기 시기의 외부 충격을 흡수하려면 단순 시장구매에만 의존하지 말고 장기계약이나 자원 보유국으로부터의 직구매를 포함한 소싱(sourcing) 능력의 제고, 자주 개발 확대 등으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원유, 광물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함께 자원 개발에 대해 세계 각국의 참여와 관심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도 중국 등 거대 개도국들에서 그런 움직임이 뚜렷하다. 또 남미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자원 보유국에서는 선진국의 메이저 기업들과 개도국 국영기업들 간의 자원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국의 광구 단가를 높이는 한편 자원 개발과 무관한 국내 복지 및 인프라 개발에도 참여를 요구하는 신 자원민족주의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해외 자원 개발, 공급 측면에서의 소싱능력 제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유사시에 대비한 물량 확보 능력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수익성을 어느 정도 희생한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 전략에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를 연계해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자원의 효율적 사용 및 절감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체를 위한 정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차세대 에너지 관련 산업은 현재의 주요 제조업 분야에 못지않은 경제 내 파급효과와 아울러 상당한 고용창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자원 및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장기적으로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애를 먹고 있는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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