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컵을 들어 올리며 ‘명장’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독일 월드컵 종료 후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고 제니트 유니폼을 입은 김동진(26)과 이호(24)는 한국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로 UEFA컵을 안는 기쁨을 누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시티 오브 맨체스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08 UEFA컵 결승전에서 글래스고 레인저스(스코틀랜드)를 2-0으로 완파하고 창단 후 처음으로 UEFA컵 정상에 올랐다.
유로 2004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준결승에서 탈락한 후 고국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독일 월드컵에서도 목표인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제니트를 러시아리그 챔피언에 올려 놓은 데 이어 UEFA컵 우승 트로피까지 안으며 ‘명장’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제니트는 후반 27분 이고르 데니소프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인저리타임 데니스 주리아노프의 쐐기골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무릎 부상으로 2개월간 전열에서 제외된 김동진은 1-0으로 앞선 후반 인저리타임에 교체돼 1분여간 그라운드를 밟는데 그쳤고, 주전 경쟁에서 밀린데다 손 부상까지 당한 이호는 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축승 행사에서 우승 트로피에 함께 입을 맞추며 ‘유럽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동진은 부상으로 막바지에 활약하지 못했지만 UEFA컵 12경기에 출전, 2골을 터트린 공헌도를 인정 받아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를 지킨 시간이 많았던 이호는 우승 메달을 받지는 못했다.
한국 선수가 UEFA컵 정상에 오르기는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이 레버쿠젠(독일)에서 활약하던 1988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07~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박지성(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정상에 오를 경우 오는 8월 챔피언스리그와 컵대회 패자가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UEFA 슈퍼컵에서 사상 최초의 한국 선수 맞대결도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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