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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건설 CEO '공기업 사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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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건설 CEO '공기업 사냥' 경쟁

입력
2008.05.1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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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오너 경영인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한 동안 물밑에서 조용한 행보를 해오던 이들은 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를 재개,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46) 회장과 GS건설의 허명수(53) 사장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시절 현대자동차를 일구며 ‘포니정’이라는 명성을 얻은 고 정세영 회장의 장남으로 현대산업개발을 이끌고 있으며 허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GS건설의 오너 경영인이다.

최근까지도 언론이나 외부 접촉을 꺼려오던 이들은 올해 들어 나란히 공식석상에서 새 정부의 공기업 매각에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주택사업 전문 그룹인 현대산업개발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GS건설이 에너지 관련 공기업 인수전에 동시에 뛰어들면서, 두 오너 경영인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닮은 꼴 오너 경영인

정 회장과 허 사장의 걸어온 길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에서 태어나 ▦분사하기 전 회사에 실무 경험을 쌓고 ▦새로운 회사의 대표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정 회장은 고 정세영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이끌 당시인 1988년 입사, 98년 현대자동차 회장에까지 오르며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하지만 1999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후 고 정주영 회장의 재산 분할 결정으로 현대자동차를 나와 현대산업개발의 대표가 됐다.

허 사장도 LG와 GS가 분리되기 전 LG전자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1981년 LG전자 냉기설계 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LG전자에서 22년동안 근무했다. GS그룹과 LG그룹의 분사가 사실상 결정난 지난 2002년 3월 LG건설(현 GS건설) 상무로 입사해 지난해 GS건설 사장에 오르며 오너 경영인으로 들어섰다.

특히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주택전문 그룹으로 성장시키고 허사장은 GS건설을 매출액 기준 1위 건설사로 키웠다는 점, 재계의 차세대 지도자 그룹으로 손꼽힐 정도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경영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 만능 스포츠 맨이라는 점도 닮은 꼴이다.

향후 에너지 관련 공기업 매각 앞두고 맞대결 관심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던 두 오너 경영인은 올해 들어 나란히 얼굴을 알리며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올초 건설업계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아이파크 분양을 앞두고 6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섰고, 허사장도 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간담회라는 형식을 빌어 회사의 장기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분야는 두 오너 경영인이 에너지 관련 공기업 인수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올초 “새 정부 들어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될 것으로 보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에너지, 물, 발전, 철도, 도로 관련 회사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포문을 열었다. 허사장도 지난 14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발전과 환경 분야 등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에너지 관련 공기업 인수를 선언했다.

두 회사 모두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수대상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한국전력 산하 남동발전 등 6개 자회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 원유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에너지 효율이 강조되면서 주택사업과 시너지 효과도 커져, 에너지 관련 공기업 인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대표적인 두 오너 경영인이 공기업 인수전에서 선봉장으로 나선 이상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튀기게 됐다”며 “범현대그룹과 GS그룹이라는 상징성과 건설업계의 대표주자라는 구도라는 점에서 오너간 자존심 싸움도 인수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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