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지 않는지 방역초소를 운영하지 않아요.” “살처분한 지역과 길 하나 사이를 둔 곳에서는 닭들이 버젓이 돌아다닙니다.”
AI가 전국에 창궐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현장의 방역시스템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예방조치부터 사후수습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의 엉터리 살처분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파구는 최근 문정동과 장지동 일대 비닐하우스촌의 무허가 오리 사육농장을 중심으로 오리와 닭 1만5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몰현장에서 오리와 닭이 버젓이 살아서 돌아다니자 포획작업과 함께 추가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방역인력을 배치해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는 소동을 벌였다.
경북 구미시는 이 달 초 왜관 IC 등 경부고속도로 주요 IC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도 출입 차량에 대한 소독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통과시키고 야간 방역작업도 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과 따로 노는 AI 발생현장의 방역대책도 AI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경북 경산에서 벌어진 ‘생닭 판매금지 소동’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일 재래시장이 AI 방역 사각지대로 꼽히자 “당분간 살아 있는 닭의 재래시장 반입과 거래를 중단하라”고 전국 각 지자체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북 경산시는 ‘재래시장 생닭 판매금지’로 받아들여 닭을 팔지 못하게 했다. 상인들은 “세상에 공무원들이 ‘생닭’과 ‘산 닭’도 구분 못한다”고 비난했다.
AI 인체감염 발생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엉망이다. 실제 AI 발생 현장에서 닭ㆍ오리 살처분 작업에 참여하는 공무원 등 작업자의 경우 AI 예방백신인 타미플루를 접종하고 있지만 정작 살처분 농장주들에 대해서는 접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최근 닭 6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정모(40ㆍ전북 김제시)씨는 “AI 인체감염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 가금류 농장주와 가족들 아니냐”며 “그런데도 살처분 작업자들만 타미플루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I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감시망도 사실상 통제불능에 빠진 상태다. 트럭 등 차량을 이용해 재래시장과 5일장, 가든형 식당 등을 드나드는 소규모 유통ㆍ판매상이 AI확산과 피해를 키웠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방역지도는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토종닭 등을 직접 길러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당이나 무허가 농장에 대한 방역지도ㆍ관리가 부실한 게 사실”이라며 “이들에 대해 판매금지나 판매차량 운행정지 등 행정조치를 해도 생계 유지를 이유로 무시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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