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교 역사, 사회(경제 분야) 교과서 개정 작업에 나섰다. 틀린 서술이나 사진 등을 바로잡는 통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기본시각을 수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라는 말처럼 교과서는 학생들의 사회관, 세계관 형성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인류 보편의 가치체계와 헌법 정신 및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하는 가치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도연 교육부 장관의 인식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그는 그제 한 포럼에서 “우리는 자랑스러운 근ㆍ현대사를 가졌는데 이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의 역사 교과서나 역사 교육은 다소 좌향좌 돼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근ㆍ현대사를 우향우시키겠다는 뜻일 것이다. 특정 이념운동을 표방하는 단체가 이런 말을 했다면 새삼스러울 것도, 굳이 따질 것도 없다.
그러나 교육을 담당한 장관이 최대한 중립적이어야 할 교과서 문제에 좌우라는 이념적 취향을 잣대로 들고 나오는 것은 부적절하다.
역사를 자랑스러운 것과 수치스러운 것으로 양분하는 인식도 비역사학적인 자세다. 좌파나 우파를 자칭하는 세력이 그러한 정치적 구분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행위는 이해되지만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역사를 자랑스럽게 또는 수치스럽게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사회 교과서의 경제 부문 서술도 재계의 시각을 강조할 모양인데, 국가, 기업, 가계, 노동, 통상 등 여러 구성요소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논란이 많을 문제를 6월 말까지 의견을 수렴해 11월 15일까지 책을 내겠다는 대목에 이르면 놀라울 따름이다. 또 하나, 새 정부 출범 3개월이 되는 지금 영어니 학교 자율화니 보완하고 가다듬어야 할 정책이 한둘이 아닌데 교과서의 색깔 문제가 그렇게 시급한지도 의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에도 전경련과 공동으로 경제 교과서를 만들었다가 비판이 심하자 교육부 명의를 빼는 소동을 벌였다. 그런 경험을 한 지 이제 겨우 1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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