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부 오키나와의 장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 일본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평균 수명이 2년 이상 길었던 오키나와는 남자의 경우 이미 다른 지역에 역전됐고 여자도 격차가 줄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5일 보도했다. 햄버거 등 서구식 음식문화 보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후생노동성이 5년마다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05년 지자체별 생명표’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최장수 마을은 오키나와(沖繩)현 기타나카구스쿠(北中城)로 평균 89.3세였다. 오키나와현 전체로도 여성은 86.8세로 일본 전체 광역 지자체 중 1위였다.
하지만 85년 조사에서 2위와 2세 이상 차이가 났던 오키나와 여성의 평균 수명이 이번 조사에서는 시마네(島根)현보다 불과 0.31세 많은 데 그쳤다. 주민들은 “1위를 뺏기는 것이 시간문제”라며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남자는 명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80, 85년까지 일본 최장수였던 오키나와 남성들은 90년에 최장수의 명성을 다른 현에 내주고 말았다. 이어 95년에는 전국 수명 4위로 떨어졌고 2000년 조사에서는 26위로 급락했다. 2005년 조사에서도 평균 78.64세로 전국 25위에 머물렀다.
오키나와현 당국자는 “남녀 모두 85세 이상은 건강하고 사망률도 전국에서 가장 낮지만 60세 이하가 문제”라며 “특히 40대 후반의 사망률은 오키나와 여성이 일본 1위, 남성이 2위”라고 말했다.
40세 이상 현민을 대상으로 2006년 실시한 체질량지수(BMIㆍ비만도) 조사에서는 비만자 비율이 남성은 47.5%, 여성은 43.1%로 남녀 전국 평균 27.4%를 훌쩍 뛰어 넘었다. 대표적인 성인병인 당뇨병과 간질환 사망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키나와 주민의 연령 대에 따른 수명 차이가 1972년 일본 반환 이후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와 스테이크 등 육류 위주 서구식 식생활이 급속히 보급되고 자동차문화가 일반화한데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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