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반성의 정치를 하고 있다. '성공 신화'를 딛고 서서 '나를 따르라'고 외쳐온 그가 쇠고기 파동에 대해 사흘 연속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자성하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남에게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인 제 자신이 모든 것을 먼저 바꿔 나가겠다"면서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제 자신이 바뀌고, 청와대가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멀지 않아 우리 사회도 조금씩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뿐 아니라 국제환경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만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어떤 도전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결국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0여분간 이어진 연설의 키워드는 교만, 소통, 자성이었다. "교만했는지 되돌아보고 나부터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13일과 14일의 자성보다 훨씬 겸손한 표현이었고 낮은 자세였다.
이 같은 자성론은 큰 변화다. 이 대통령의 단점을 말할 때 '성공 신화'에서 비롯된 독선적 사고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 최고경영자에서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주요 고비마다 그는 선택을 했고 대부분 성공했다. 이런 배경 속에 형성된 자기중심적 사고는 국정운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재산 파문으로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수석이 물러났을 때 이 대통령은 반성대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형님 공천'으로 한나라당이 들끓을 때도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고자 하는 그의 성향은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 비주류조차 포용하지 못해 갈등의 악순환을 구조화하고 있다.
그런 그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향한 국민 분노를 접하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이 대통령의 대선 압승은 온전히 그의 지지표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고 반(反) 노무현 세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층이 합쳐진 데 힘 입은 바가 크다. 이 대통령은 이를 절대적 지지로 착각해 국정을 이끈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다시 출발점에 섰다. 그러나 아직 그 전도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의 반성 정치가 결실을 거두려면 말만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과 정치를 중시해야만 할 것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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